"발열·기침 없어도 심한 설사 땐 메르스 의심"

3년 前 메르스 환자 5명 중 1명 설사 호소
'검역 매뉴얼' 재점검 목소리 커져

메르스 환자 이모씨…설사 증상만 보였다고
인천공항 검역 무사 통과

기내 대규모 감염 위험 낮아
英서도 동승자 감염 안돼

국내 의심환자 10명 '음성'
3년 전인 2015년 국내에서 발생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감염자 5명 중 1명이 설사 증상을 호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쿠웨이트에서 입국한 뒤 지난 8일 메르스 환자로 확인된 이모씨(61)가 설사 증상만 보였다는 이유로 인천공항 검역소를 무사통과한 것을 두고 정부의 메르스 검역 매뉴얼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3년 전 메르스 환자 5명 중 1명은 설사12일 삼성서울병원 감염병대응센터가 발간한 주간 감염병 최신정보에 따르면 2015년 국내 메르스 환자 186명 중 19.4%가 설사 증상을 호소했다. 구역 구토 증상을 호소한 환자도 14%였다. 환자 5명 중 1명은 소화기계 증상을 호소했다는 의미다. 당시 환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한 증상은 발열(81.7%), 기침(56.9%)이었다. 하지만 환자 18.3%는 발열 증상이, 43.1%는 기침 증상이 없었다. 2014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가 유행했을 때와 비교하면 국내 환자들이 설사 증상을 더 많이 호소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메르스 환자 255명 중 설사 증상을 보인 환자는 12%였다.

이 같은 환자 현황과 달리 질병관리본부는 체온이 37.5도를 넘지 않고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없으면 메르스 위험지역을 방문한 뒤 설사 증상 등을 호소해도 의심환자로 분류하지 않는다. 한 감염내과 교수는 “중동을 다녀온 모든 설사 환자를 관리 대상에 넣을 수는 없겠지만 휠체어를 탈 정도로 상태가 안 좋은 환자를 놓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했다.

비행기 통한 대규모 전파 위험은 낮아2015년에는 첫 환자가 메르스로 진단받기 전까지 1주일 동안 아산서울의원, 평택성모병원, 서울 365열린의원, 삼성서울병원 등 네 곳의 병원을 다녔다. 이 과정에서 함께 진료받던 환자, 이들을 돌보기 위해 병원을 찾은 보호자 등이 메르스에 감염돼 185명(사망 38명)의 추가 환자가 발생했다.

지난 7일 입국한 메르스 환자 이씨는 공항 검역대를 통과한 뒤 리무진 택시를 혼자 타고 격리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삼성서울병원 발열호흡기 진료소로 향했다. 이씨가 격리 진료소를 찾지 않고 동네의원, 동네병원 등을 전전하다 메르스 진단이 늦어졌다면 3년 전처럼 대규모 확산 사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씨가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왔지만 비행기 내에서 메르스가 대규모로 확산됐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탑승객이 적고 좌석 간격이 넓은 2층 비즈니스석을 이용한 데다 메르스 잠복기가 5일 이상으로 비교적 길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영국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 환자가 비행기를 타고 입국했지만 탑승객 중 추가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병 대응센터는 “비행기 탑승객에게서 장거리 비행 중 감염전파가 이뤄져 착륙 전 증상이 나타나려면 전염성이 높고 잠복기가 매우 짧은 호흡기 바이러스여야 가능하다”고 했다.외국인 접촉자 10명 연락두절

메르스 환자인 이씨와 접촉한 뒤 감염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잠복기(5일)가 지났지만 아직 국내에서 추가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이씨와 접촉한 뒤 감염 위험이 높은 것으로 분류된 밀접접촉자는 21명, 일상접촉자는 435명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비행기를 탄 외국인 중 10명은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이씨는 안정적인 상태로 서울대병원 격리병동에서 치료받고 있다.

이씨와 별도로 전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뒤 의심 증상을 호소한 한국인 여성 1명은 1차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씨의 메르스 감염 사실이 알려진 뒤 의심 환자 신고는 급증했다. 지난 9~12일 4일간 신고된 메르스 의심 환자는 32명에 이른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3명을 제외하면 모두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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