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간편식(HMR) 시장에서 CJ제일제당은 독보적인 존재다. ‘햇반’과 ‘비

2300억 '피코크 식탁'차린 이마트… 백화점·대형마트도 'HMR 도전장'

입력 2018-09-11 17:42:33 수정 2018-09-12 22:40:53
가정간편식, 대한민국 밥상을 바꾸다
(3) 유통업체도 HMR 가세

'피코크' 4년새 매출 7배 급증
강남에 HMR 전문매장도 열어

현대백화점 '원테이블'
10개월 만에 50만개 팔려
GS리테일도 '심플리쿡' 출시

이마트 PK피코크 전문점에서 한 소비자가 가정간편식(HMR) 상품을 고르고 있다. /이마트 제공


가정간편식(HMR) 시장에서 CJ제일제당은 독보적인 존재다. ‘햇반’과 ‘비비고’ 브랜드 파워가 워낙 강해서다. 그러나 최근 1~2년 새 경쟁자들이 실력을 발휘하면서 CJ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원 대상 오뚜기 등 저력 있는 식품회사뿐 아니라 대형마트 백화점 등이 막강한 자금력을 발판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그 선두에 이마트가 있다.

◆이마트의 과감한 도전

이마트는 지난 5일 서울 대치동에 ‘PK피코크’란 새로운 유형의 매장을 열었다. 슈퍼에 있는 고기, 생선, 채소 등은 팔지 않는다. 대신 이미 요리가 다 된 가정간편식(HMR)이 152㎡ 규모 매장을 채우고 있다. 맛집 요리부터 찌개, 국, 디저트 등 1000개가 넘는 다양한 피코크 상품이 있기에 가능했다. 피코크는 이마트의 자체상표(PB)로서 대부분 HMR로 구성됐다. PK피코크 매장은 1~2인 가구, 20~30대 젊은 소비자뿐 아니라 40~50대 주부까지 타깃으로 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PK피코크를 통해 장 보는 개념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코크는 2013년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부터 ‘실험’이었다. HMR은 식품 전문기업이 만드는 것이었고, 유통사는 채널 역할만 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생각은 달랐다. HMR은 대형마트가 차별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상품이라고 판단했다. 채소, 과일, 고기, 생선 같은 신선식품은 차별화할 여지가 많지 않았다. HMR은 달랐다. 어떻게 생산하느냐에 따라 품질 차이가 컸다. 소비 트렌드가 HMR로 옮겨 가는 것도 감안했다. 자기 상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였다.

정 부회장은 피코크를 프리미엄 PB로 키울 것을 지시했다. 노브랜드 등 다른 PB의 경쟁력이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에 있다면 피코크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를 내세웠다. 피코크 전문 식품 연구소를 열고 대대적인 투자도 했다. 이 연구소에서 새 상품이 나오면 정 부회장이 가장 먼저 달려가 먹었다.

정 부회장의 ‘피코크 사랑’은 그가 즐겨 하는 인스타그램에도 드러난다. ‘피코크 비밀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상품 사진을 종종 올린다. 지난달 중순에는 개발 중인 ‘피코크 오삼불고기 만두’ 사진을 내걸었다. 곧 나올 상품을 예고했다. 신세계 첫 독자 호텔 브랜드 레스케이프에 있는 공작새 동상 사진을 올리면서 ‘아이 러브 피코크’라고 썼다. 피코크는 공작새의 영어 단어다.

정 부회장의 열정, 이마트의 유통 장악력 등이 합쳐져 피코크는 큰 성과를 냈다. 첫해 34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작년 약 2300억원까지 늘었다. 상품 종류도 1000여 개까지 증가했다. 특히 맛집과 협업한 상품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작년 약 24만 개가 팔린 ‘피코크 초마짬뽕’, 11만 개가량이 판매된 ‘피코크 순희네 빈대떡’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일각에선 피코크가 CJ제일제당 ‘비비고’의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물론 CJ제일제당 HMR 매출(1조5000억원)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다.

◆현대백화점 등 유통 HMR 줄이어

피코크의 성공은 유통 기업들이 HMR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롯데마트는 2015년 말 ‘요리하다’를 내놨다. 피코크와 다르게 가기 위해 반조리 상품을 많이 넣었다. 스페인 전통 음식 파에야, 일본 전통 돈코쓰 라멘 등이다. 유명 호텔 셰프 6명을 영입해 신메뉴도 개발했다. 현재 요리하다 HMR은 200여 개에 이른다.

백화점도 이 시장에 진출했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업계 최초로 작년 11월 HMR ‘원테이블’을 선보였다. 출시 10개월 만에 50만 개가 팔렸다.

식품관에 강점이 있는 현대백화점은 원테이블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원테이블을 사러 백화점에 들른 소비자는 다른 제품도 많이 산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현대백화점의 올 1~7월 식품관 연관구매율은 68.5%에 달한다. 식품관 고객 10명 중 7명은 다른 상품도 산다는 얘기다. 화장품(47.6%), 영캐주얼(40.5%), 여성의류(36%), 명품(19.8%) 등을 압도했다.

원테이블에 대한 선호는 특히 VIP 소비자가 컸다. 올 들어 7월까지 판매된 원테이블 매출의 53.2%가 VIP 소비자로부터 나왔다. 백화점에서 씀씀이가 큰 ‘충성고객’이 특히 많이 샀다는 얘기다.

편의점 GS25와 GS수퍼마켓을 운영 중인 GS리테일도 작년 말 반조리 상품 밀키트인 ‘심플리쿡’을 내놓으며 HMR 시장에 진출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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