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사진)에게 징역 20년의 중형을 구형한 주요 근거는

檢 "대통령 권한으로 사익추구" vs MB "돈과 결부시킨 건 치욕적"

입력 2018-09-06 18:18:46 수정 2018-09-07 02:50:03
이명박 前 대통령 1심 징역 20년·벌금 150억 구형

'다스는 누구 것' 핵심 쟁점

檢 "대통령으로서 무책임하게
측근들에게 책임 전가 급급
엄중한 사법적 단죄 필요"

MB "다스 주식 가진 적 없어
뇌물 대가로 이건희 사면 운운
터무니 없는 의혹에 분노·비애"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사진)에게 징역 20년의 중형을 구형한 주요 근거는 이 전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 회사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확신이다. 다스를 사실상 지배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수백억원대 횡령죄는 물론 뇌물 혐의의 상당액도 인정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다스 주식을 단 한 주도 가져본 적이 없다는 주장과 함께 검찰이 자신에게 돈과 결부된 부정적 이미지를 씌우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권력형 비리 단죄” vs “분노 넘어 비애”

검찰은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 결심 공판에서 징역 20년에 벌금 150억원, 추징금 111억4000여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이 기소한 혐의는 모두 16개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차명으로 지배하며 회사 자금 349억여원을 횡령했고 그 과정에서 법인세 31억여원을 포탈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삼성과 국가정보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으로부터 모두 110억원대 뇌물을 받았다는 주장도 편다. 공무원에게 업무와 무관한 다스의 미국 소송 관련 사무를 맡겼고, 이 전 대통령이 출연한 청계재단 소유 영포빌딩에 대통령 기록물을 무단으로 유출 은닉했다고도 봤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였던 대통령의 총체적 비리가 낱낱이 드러난 권력형 비리”라며 “피고인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범죄로 구속된 역대 네 번째 대통령으로 기록돼 대한민국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녹색 표지 노트에 직접 적어온 최후 진술을 15분 가까이 읽으면서 “결코 비리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는 “세간에서 내가 전문경영인으로 인정받고 국회의원, 시장, 대통령을 지냈기 때문에 돈과 권력을 부당하게 취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나는 그런 상투적인 ‘이미지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참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으로, 그것들을 무엇보다도 경계하면서 살아온 나로서는 너무나 치욕적”이라고 강조했다.

삼성과의 유착 의혹에 대해선 “뇌물을 대가로 이건희 삼성 회장을 사면했다는 검찰 주장에 분노를 넘어 비애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이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을 유지하는 것은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불가피했다”며 “삼성이 다스 미국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건 이 사건 수사를 통해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핵심 쟁점은 다스 실소유주 여부

내달 5일로 예정된 선고에서 형량을 좌우할 핵심 쟁점은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여부다. 횡령과 조세포탈 죄가 성립하려면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실제로 지배했다는 검찰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여야 한다. 삼성이 대납했다는 미국 소송비 67억원의 뇌물도 다스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 이 전 대통령은 “나는 다스 주식을 한 주도 가져본 적이 없고 배당금을 받아본 적도 없다”며 “회사 운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진술이 있다고 해서 회사 소유권이 바뀔 수는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이 제시하는 핵심 증거인 관련자 진술의 신빙성을 재판부가 얼마나 인정하느냐도 중요하다.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은 그동안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성우 전 다스 사장, 권승호 전 다스 전무 등이 검찰 조사 당시 진술한 내용의 신빙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이날 법정에선 방청석을 가득 채운 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피고인 측 강훈 변호사와 이 전 대통령이 발언할 때마다 박수를 쳤다. “이 전 대통령 목소리를 듣고 싶다”며 재판 내용 녹음을 시도한 30대 남성이 재판부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이 끝난 후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퇴정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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