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의 외부 온실가스 감축 실적(상쇄배출권) 인정 비율을 5%에서 10%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금은 기업이 국내 본업 외에 해외 사업이나 친환경발전소 건립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경우 의무감축량의 5%까지만 인정해주는데 이를 10%로 늘리는 걸 검토하는 것이다.

7일 정부에 따르면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는 합동으로 탄소배출권거래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 반도체 화학 조선 자동차 등 국내 주요 제조업체가 대한상공회의소를 통해 정부에 탄소배출권 거래제 관련 개선을 요구했고, 이에 범정부 차원에서 합동으로 개선안 마련에 나섰다. 정부 관계자는 “유럽연합(EU)은 초기에 (기업들에) 배출권을 넉넉하게 할당해 실제로 기업이 느끼는 부담은 한국보다 크지 않다”며 “현행 배출권거래제의 불합리한 측면을 조정하기 위해 부처 간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우선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인센티브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기업이 외부 사업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한 경우 그 실적을 인정해주는 비율을 현행 5%에서 10%로 늘려주는 방식을 통해서다. 기업들은 외부 감축사업을 통해 인정받은 배출권을 시장에 팔아 수익을 올리거나 자사에 할당된 배출량을 메우는 데 쓸 수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상쇄배출권 인정 비율이 10%에서 5%로 축소됐다”며 “이를 되돌리는 게 탄소중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의 배출량이 1.5배 증가하면 탄소배출권 할당량을 늘려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금은 배출량이 2배 증가할 때마다 할당량을 늘려주는데 이 조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이 성장하거나 경기 호황으로 공장 가동률이 올라가면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걸 감안한 조치다. 반대로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무상할당된 배출권이 남아돌 땐 이를 회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배출권거래제 관련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건 기업들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때 마련된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2030년 탄소배출 허용 총량은 연간 3억2000만t으로, 올해보다 2억6900만t 줄어든다. 국내 기업들은 배출권이 줄어든 만큼 온실가스를 자체 감축하거나 외부에서 구입해야 한다. 현재 EU에서 배출권 가격이 t당 80유로 이상인 점을 고려할 때 이를 전량 외부 구입한다고 한다면 국내 기업의 부담은 연간 30조원가량 늘어난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졸속 시행과 관리 부실로 파행 운영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효과적인 탄소중립 이행 수단이 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지훈/김소현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