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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꽃, 나태주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태헌의 한역]草花(초화) 細觀卽娟(세관즉연)久觀應憐(구관응련)爾汝亦然(이여역연) [주석]*草花(초화) : 풀꽃.細觀(세관) : 자세히 보다. / 卽(즉) : 즉, ~하면. / 娟(연) : 예쁘다.久觀(구관) : 오래 보다. / 應(응) : 응당. / 憐(연) : 어여삐 여기다, 사랑하다, 사랑스럽다.爾汝(이여) : 너, 그대. / 亦(역) : 또, 또한. / 然(연) : 그러하다, 그렇다. [한역의 직역]풀꽃 자세히 보면 예쁘다오래 보면 사랑스럽다너 또한 그렇다 [한역 노트]이 시는 어쩌면 나태주 시인의 시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지고 가장 사랑받는 시가 아닐까 싶다. 시인의 공로를 기리기 위하여 시인의 고향인 공주에 설립한 문학관 이름이 “풀꽃”이고, 시인을 “풀꽃” 시인으로 칭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이 시를 시인의 출세작(出世作)으로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풀꽃”을 소재로 한 이 시가 대상을 ‘보는 법’에 대하여 얘기한 것이기 때문에, 역자는 최근에 접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라는 책에서 다룬 소로(H. D. Thoreau)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미국의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소로는 기존의 이념을 초월하여 ‘보는 법’을 강조했는데 인식의 실재보다 자연의 실재에 더 큰 관심을 가졌고, 지식보다는 ‘보는 힘’을 중시하였다. 소로가 새롭게 보는 법으로 제시한 것이 마음의 렌즈를 닦고 스캔하듯이 지혜를 보는 것이라면, 나태주 시인이 제시한 보는 법은 돋보기를 대고 가만히 응시하듯 지혜를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세히, 그리고 오랫동안 보면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것

    • 코스모스, 김진학

      코스모스   김진학   불면 날아갈 듯 가녀린 몸매 간밤의 바람에 행여 허리라도 다쳤나   네가 있는 강둑을 한걸음에 왔는데 거울 같은 하늘에 하늘 닮은 코스모스   내게 하는 인사말   나 괜찮아 가을이잖아   [태헌의 한역] 秋英(추영)   吹則恐飛纖弱身(취즉공비섬약신) 昨夜有風腰或辛(작야유풍요혹신) 一路直到汝居岸(일로직도여거안) 旻如鏡子汝肖旻(민여경자여초민) 却投候語向我云(각투후어향아운) 吾人尙可今秋辰(오인상가금추신)   [주석] * 秋英(추영) : 코스모스. 吹則恐飛(취즉공비) : 불면 아마 날아갈 듯하다. / 纖弱(섬약) : 가녀리다. / 身(신) : 몸, 몸매. 昨夜(작야) : 어젯밤. / 有風(유풍) : 바람이 있다, 바람이 불다. / 腰或辛(요혹신) : 허리가 혹시 아프다, 허리를 혹시 다치다. 一路(일로) : 한길, 한달음. / 直到(직도) : 바로 ~에 이르다, 바로 ~에 오다. / 汝居岸(여거안) : 네가 사는 언덕. 旻(민) : 하늘, 가을 하늘. / 如(여) : ~과 같다. / 鏡子(경자) : 거울. / 汝肖旻(여초민) : 너는 하늘을 닮았다. 却(각) : 문득, 도리어.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投候語(투후어) : 인사말을 던지다, 인사말을 하다. / 向我云(향아운) : 나에게 말하다. 吾人(오인) : 나. / 尙可(상가) : (오히려) 괜찮다. / 今秋辰(금추신) : 지금은 가을(날)이다.   [한역의 직역] 코스모스   불면 날아갈 듯한 가녀린 몸 간밤에 바람 불어 허리 혹시 다쳤나 네가 사는 강둑을 한걸음에 왔더니 하늘은 거울 같은데 하늘 닮은 너 도리어 인사말 던져 내게 말했지 나는 괜찮아 지금 가을이잖아   [한역 노트] 역자가 초등학교에

    • 행복, 나태주

      행복 나태주 어제 거기가 아니고 내일 저기도 아니고 다만 오늘 여기 그리고 당신 [태헌의 한역] 幸福(행복) 不是昨日其所(불시작일기소) 亦非明日彼處(역비명일피처) 但只今日此席(단지금일차석) 而且眼前爾汝(이차안전이여) [주석] * 幸福(행복) : 행복. 不是(불시) : ~이 아니다. / 昨日(작일) : 어제. / 其所(기소) : 그곳, 거기. 亦非(역비) : 또한 ~이 아니다. / 明日(명일) : 내일. / 彼處(피처)...

    • 우주를 껴안다, 김세연

      우주를 껴안다   김세연   꽃을 보듯 그대를 보고 그대를 보듯 꽃을 본다   봄바람에 실려 온 꽃향기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그 향기 다할까 문 활짝 열어 와락 우주를 껴안는다   꼼짝 마라, 그대 이제 내 안에 있으니   [태헌의 한역] 擁太空(옹태공)   看君若看花(간군약간화) 看花若看君(간화약간군) 花香乘春風(화향승춘풍) 暗暗敲心門(암암고심문)   開門憐香盡(개문련향진) 猛然擁太空(맹연옹태공) 千萬勿欲動(천만물욕동) 君今在吾中(군금재오중)   [주석] * 擁(옹) : ~을 껴안다. / 太空(태공) : 먼 하늘, 우주(宇宙). 이 시에서는 우주의 뜻으로 사용하였다. 看君(간군) : 그대를 보다. / 若(약) : ~과 같다. / 看花(간화) : 꽃을 보다. 花香(화향) : 꽃향기. / 乘(승) : ~을 타다. / 春風(춘풍) : 봄바람. 暗暗(암암) : 몰래. / 敲(고) : ~을 두드리다. / 心門(심문) : 마음의 문. 開門(개문) : 문을 열다. / 憐香盡(연향진) : 향기가 다할까 아까워하다. 猛然(맹연) : 갑자기, 와락. 千萬(천만) : 절대로, 결코. / 勿欲動(물욕동) : 움직이려고 하지 말라. 今(금) : 이제, 지금. / 在吾中(재오중) : 내 속에 있다, 내 안에 있다.   [직역] 우주를 껴안다   꽃을 보듯 너를 보고 너를 보듯 꽃을 본다 봄바람을 탄 꽃향기가 몰래 마음의 문 두드린다   향기 다할까 아까워 문 열고 와락 우주를 껴안는다 절대 움직이려 하지 마라 그대 이제 내 안에 있으니   [漢譯 노트] 노래가 가수의 전유물이 아니듯 시 역시 시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위의 시를 쓴 김세연씨는 시집을 낸 적도 없고, 그렇다고 문학잡지 등에 시를 게재한 적도 없다. 그러나 시에 대한 열정만

    • 멀리서 빈다, 나태주

      멀리서 빈다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태헌의 한역] 遠處祈求(원처기구)   吾人未知處(오인미지처) 君留如花笑(군류여화소) 世間有一君(세간유일군) 重新朝輝耀(중신조휘요)   吾君未知處(오군미지처) 吾留如草息(오류여초식) 世間有一吾(세간유일오) 重新夕寥寂(중신석료적)   如今秋氣動(여금추기동) 千萬君莫痛(천만군막통)   [주석] * 遠處(원처) : 먼 곳, 멀리서. / 祈求(기구) : 기도(祈禱), 기도하다, 빌다.   吾人(오인) : 나[吾]. / 未知處(미지처) : (아직) 알지 못하는 곳. 君留(군류) : 그대가 머물다, 그대가 있다. / 如花笑(여화소) : 꽃처럼 웃다. 世間(세간) : 세상(世上). / 有(유) : 있다. / 一君(일군) : 한 사람 그대. 한문에서는 보통 ‘一君’이라고 하면 한 명의 임금이라는 뜻으로 이해하지만 역자는 이 시에서 ‘한 명의 그대’라는 뜻으로 사용하였다. 重新(중신) : 다시 한 번. / 朝輝耀(조휘요) : 아침이 눈부시다.   吾君(오군) : 당신, 그대. 吾留(오류) : 내가 머물다, 내가 있다. / 如草息(여초식) : 풀처럼 숨을 쉬다. 一吾(일오) : ‘一君’과 비슷하게 ‘한 사람 나’, ‘한 명의 나’라는 뜻으로 사용한 말이다. 夕寥寂(석료적) : 저녁이 고요하다.   如今(여금) : 지금, 이제. / 秋氣動(추기동) : 가을 기운이 움직이다. 千萬(천만) : 부디, 아무쪼록. / 君莫痛(군막통) :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