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화문에 있는 어느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메뉴판을 보니, 그냥 이탈리아 음식이 아닌 이탈리아 ‘남부’ 요리가 특징이었다. 나폴리와 시칠리아에서 먹었던 요리들이 떠오르면서,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직원의 추천에 따라 파스타와 생선 요리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레스토랑을 둘러봤다. 요리만 이탈리아 남부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도 이탈리아 남부를 떠올리게 했다. 괜히 음식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맛있는 음식이었다. 지중해를 떠올리게 하는 공간과 지중해를 상상하게 하는 요리가 어우러진 완벽한 저녁이라 생각했다. 그 순간, 내 귀를 뚫고, 직원들의 힘찬 인사 소리가 들렸다.

“보나세라”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고객이 들어올 때마다, 이자까야의 직원들이 ‘이랏샤이마세’를 외치듯이 일제히 ‘보나세라(이탈리아 인사)’를 외친다. 분명 이탈리아어를 외치는 데, 자꾸 이랏샤이마세가 연상된다. 친절하기는 하나 공간과 음식에 어울리지 않은 접객 서비스였다. 이질적이고, 어색했다. 음식과 공간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지중해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컸다.


(사진출처: pixabay / 이런 분위기에서 이랏사이마세가 울려 퍼진다면?)


서비스 경험이 제품이나 공간 경험과 불일치하는 것은 이 레스토랑만이 아니다. 많은 브랜드들이 제품과 공간을 기획할 때에는 브랜드 가치를 고려하지만, 서비스에서는 브랜드 가치가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애플스토어가 고객 경험의 표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탁월한 제품 경험과 공간 경험이, ‘지니어스 바’로 대표되는 서비스 경험과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는 그의 저서 ‘스타벅스, 커피 한잔에 담긴 성공신화’에서 스타벅스 경험을 ‘커피의 낭만’,‘서비스의 낭만’,‘분위기의 낭만’으로 표현했다. 즉 훌륭한 커피 경험와 스타벅스 매장에서의 공간 경험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유대감을 느껴지는 서비스 경험이 어우러져야 완벽한 스타벅스 경험인 것이다.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비스가 브랜드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 그저 친절하고, 고객을 왕으로 대접하거나, 맹목적으로 만족시키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이런 서비스도 장점이 있다. 불만을 줄이는 데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서비스에서 중요한 것은 불만 있는 안티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에 공감하는 팬을 만들 수 있는가이다. 모든 고객에게 맞추기 위한 서비스보다는, 우리 브랜드 가치에 공감하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가 필요하다.

서비스에 대한 관점에 변화가 필요하다. 제품과 공간이 시크하다면, 서비스에서도 시크함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해야 한다. 제품과 공간이 프리미엄을 지향한다면 프리미엄이 직원과 고객의 만남에서 느껴져야 한다. 필립 코틀러는 고객들은 브랜드의 진실성을 직원과의 만남에서 느낀다고 말했다. 제품과 공간에 대한 마케팅이 그저 광고나 홍보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사람을 통해서도 브랜드 가치를 느껴야 한다.

필립 코틀러는 그의 신작 마켓 4.0에서 매우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소개한다. 영국 여론조사 업체인 유고브의 브랜드인덱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고의 브랜드도 모두에게 사랑받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맥도날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33퍼센트이지만 싫어하는 사람들도 20퍼센트나 된다. 스타벅스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30퍼센트, 싫어하는 사람들이 23퍼센트로 맥도날드와 비슷하다. 최고의 브랜드는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 브랜드가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브랜드인 셈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잘하는 사람보다는 나에게만 잘해주는 사람에 매력을 느낀다. 그리고 나에게 잘하는 사람보다 더 매력적인 사람은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이다. 이제 서비스도 모두에게 친절하고, 맹목적으로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위해서는 서비스의 목적은 고객만족이 아닌 브랜드 가치 전달이 되어야 한다.



정도성

‘최고의 서비스 기업은 어떻게 가치를 전달하는가’ 저자

現) 멀티캠퍼스 전임강사

前) 삼성생명 고객지원팀 / 법인지원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