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로 많은 부동산거래를 다루다보면 우리 부동산거래문화가 너무 정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자기에게 불리한 부분은 무조건 감추려고만 하고, 반면에 유리한 부분은 지나치게 과장하는 진실되지 못한 거래가 비일비재하다.
다음 두 경우는 이런 부정직함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공교롭게도 두 사례 모두 매매대상이 된 집에서 일어난 자살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감추어버려서 법적인 분쟁이 발생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 첫 번째는, 몇 년 전에 선고되어 언론에까지 보도된 서울지방법원 2002. 10. 18. 선고 2001가단334725호 사건인데 이 사안은, 부부싸움 끝에 일어난 방화 때문에 배우자 1명이 아파트에서 사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을 매수인에게 알려주지 않은채 사건발생 3개월여만에 이 아파트를 매매하는 계약이 체결되었는데, 결국 계약체결 후 이런 사실을 알게된 매수인이 착오를 이유로 계약취소를 주장하며 대금반환을 청구한 경우이다. 이 사건 법원은, 매매계약이 아파트의 소유권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아파트에 어떤 물리적, 법률적인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매매계약의 목적물인 아파트는 통상 주거용 외의 다른 용도로는 사용되지 아니하는 것이고, 사회통념상 흉사라고 여겨지는 사건사고가 일어났던 가옥에 입주하는 것을 일반인이 꺼리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며, 일반인이라면 이 아파트에서 위와 같은 방화 및 그로 인한 사망사건이 있고나서 불과 3개월여가 지났을 뿐이라는 점을 알았다면 쉽사리 이를 매수하기는 어렵고, 더구나 매매대금의 결정에 그와 같은 사정이 고려되지 아니하였다면 더더욱 그러할 것임은 사회통념에 비추어 충분히 인정된다고 하여, 이 아파트에서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3개월여 전에 위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였다는 사정은 매매계약의 목적물에 관하여 중요한 사항으로서 원고가 위와 같은 사정을 모르고 계약체결에 이른 이상 이는 계약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에 기인한 것이어서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 두 번째는, 필자가 며칠 전 상담한 사건인데, 단독주택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해당 단독주택의 부동산등기부등본을 확인하여 본 결과 약 3개월전에 단독주택의 공유자 중 1명이 사망하여 나머지 공유자가 사망한 공유자의 지분을 상속받은 것으로 표시되어 있었고, 더구나 망인의 나이가 갓 40세를 넘었다는 점에서 혹시 불미스러운 사망사고가 아닌가 의심을 한 매수인이, ‘만약 이 건 부동산에서 불미스런 경위로 사망하였다면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자, 매도인은 ‘단순한 교통사고이고 불미스러운 일은 아니다’라고 하여 결국 매매계약이 체결되고 이전등기까지 완료되었는데, 망인의 사망이 그 단독주택에서 자살에 의한 것으로 확인되자 매수인을 사기죄로 형사고소한 건이었다.
위 경우들은 “자살”이라는 매우 극단적인 사례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부동산거래현실은 거래를 체결할지 또 어떻게 금액을 정할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해 정직하지 못하게 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위에서 본 사례에서와 같이 눈으로 보이지 않는 관념적인 하자들의 경우에 이런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거래상식이나 상도의에 관한 보통사람들의 잣대가 너무나 무디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 사례들에서 보는 것과 같이 특히 계약의 중요부분에 대해 고지하지 않는 것은 계약을 무효로 돌릴 수 있는 사유가 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부작위에 의한 사기죄로 형사처벌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두 번째 사례처럼 매수인에게 사망원인에 대해 묵비하는 것을 넘어서, 사망원인을 묻는 매수인의 질문에 “교통사고”라고 적극적으로 거짓답변하기까지 한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크다. 눈 앞에 적은 이익을 취하려다가 자칫 일을 그르칠 수 있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Honesty is the best policy(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다)는 평범한 격언이 평범하지 못하고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이 우리 부동산거래의 현실이라는 사실이 필자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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