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의 매수신청대리가 도입된 지 만 1년이 지났다. 중개업법이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면서 매수신청대리업무를 도입하였고, 아울러 공인중개사의 매수신청대리인 등록 등에 관한 규칙(대법원 규칙)이 마련되어 지난 해 1월 30일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당초 기대와는 달리 매수신청대리인 등록 실적이 매우 저조하다.
지난 1월말 현재까지 법원에 매수신청대리인으로 등록한 공인중개사는 모두 1,206명. 영업중인 전체 공인중개사 7만5천명의 1.6%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3월 218명이 등록을 시작하여 4월에 352명으로 반짝 증가세를 보였으나 이후 5월 174명으로 감소하더니 지난해 12월에는 11명으로 급감하였다. 올해 1월 들어 47명으로 다소 늘었지만, 상황으로 보아 앞으로도 그 이상 늘어날 것 같지 않다.
매수신청대리인으로 등록을 시작한 지난해 3월만 해도 27곳이나 되었던 매수신청대리 지정교육기관도 올해에는 대한공인중개사협회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포함하여 7곳으로 줄었다. 공인중개사의 오랜 숙원이나 다름없었던 매수신청대리권이 부여되었고, 지난해 사상 최고라 할 정도로 주택경매시장이 과열될 정도로 경매가 인기가 있었던 터인데도 이렇듯 매수신청대리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전문성 부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겠다. 경매는 물건선정에서 현장조사, 입찰, 명도에 이르기까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 물건을 보는 안목, 현장감각, 평가능력, 법률적 지식, 협상능력 등 경매업무를 함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들이지만, 중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경매는 귀찮고 어려운 것에 불과하다. 단순하고, 복잡하지 않은 종목에 한정할수록 고객발굴 범위는 그만큼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매수신청대리 지정교육을 받는 다해도 그 교육이 형식적인 교육에 그치는 한 매수신청대리인으로서 현장을 누비기에는 아직 요원하다.
둘째, 중개도 그렇지만 특히 경매의 경우에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고객, 지인 또는 의뢰인의 소개를 통해 유입되는 고객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특별한 홍보매체 없이는 경매시장이라는 새로운 업종에의 진입이 그리 녹록치 않은 것도 한 원인이다. 고객은 경험이 일천한 매수신청대리인보다는 대리권한이 없지만 오랜 경험이 있는 경매컨설턴트를 더 선호하게 된다. 역으로 매수신청대리인이면서 경매경험도 풍부하다면 경매만을 업으로 해도 충분히 양(+)의 수익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처음 시작할 때보다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경험이 쌓일 때에서야 매수신청대리가 정착단계에 들어설 수 있다는 의미이다.
셋째, 매수신청대리를 하기 위해서는 공인중개사 사전교육과는 별도로 매수신청대리를 위한 지정교육을 이수하여야 하고, 또 별도의 공제(또는 보증보험)에 가입하여야 하는 등 시간이나 비용이 이중으로 소요된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두 개의 교육과 공제 등의 가입을 통합하여 운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할 것 같다.
넷째, 매수신청대리업무는 그 대상이 가옥이든 상가든 반드시 명도를 수반한다는 데에서 명도협의대리권이 부여되지 않은 매수신청대리는 반쪽 대리권에 불과하다. 경매취득을 의뢰하는 입장에서는 매수신청대리와 아울러 명도협의까지 진행해주기를 바라는 것이지 매수신청, 즉 입찰까지만을 조건으로 컨설팅을 의뢰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고객발굴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공인중개사의 매수신청대리업무가 위축되고, 법무사나 변호사사무소의 사무장 직함을 들고 다니는 매수신청대리와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다섯째, 경매의 대중화도 매수신청대리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경매가 대중화되면 경매참여인구가 많아지기 때문에 매수신청대리를 필요로 하는 고객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생각이 들겠지만, 경매가 대중화된다는 것은 과거와 달리 경매를 하나의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하고 경매관련 지식을 스스로 또는 교육수강을 통해 습득한 후에 입찰에 직접 참여하는 인구 역시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매관련 전문지식에 대한 문의는 많되, 매수신청대리를 의뢰하는 사례는 더욱 줄어들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밖에 주택경매시장 과열로 인한 낙찰성공률의 저하, 일반 중개시장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작은 경매시장과 그러한 경매시장에 비해 포화상태에 이른 경매업무 종사자, 업무 난이도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경매수수료율, 매수신청대리를 체계적으로 이끌어줄 중앙 업체의 부재 등 제반 원인도 매수신청대리를 힘들게 하고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 모처럼 의욕적으로 시작된 매수신청대리가 한낮 있으나마나 한 제도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매수신청대리와 중개시스템(교육, 공제 등)의 통합, 수수료율의 현실화, 명도협의대리권 부여 등 제도적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매수신청대리를 하고자 하는 공인중개사 스스로도 경매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전환과 아울러 경매지식과 실무능력을 겸비하는데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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