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强行)규정이라는 용어가 있다. 민사법적인 의미는, 사회질서 등의 유지를 위해서 당사자간의 합의로도 깨뜨릴 수 없는 규정을 의미한다. 결국, 당사자간에 임의로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강행규정에 반하는 내용은 무효일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부동산거래와 관련해서도 여러 강행규정들이 존재하고 있으므로, 부동산 계약체결과 판단에 있어 강행규정의 의미는 매우 중요할 수 있다.

필자가 최근에 경험한 사례 중에서 강행규정과 관련해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사례는,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G쇼핑몰과 관련된 것이다.
필자의 의뢰인은 그 쇼핑몰 건축예정부지에 위치한 상가에서 당구장을 운영하고 있다가, 당구장이 위치한 상가가 쇼핑몰 사업자에게 매각되면서 쇼핑몰 재건축을 이유로 명도소송을 제기당하게 되었다. 비록 금액상으로는 상가임대차보호법상 적용범위에 포함되는 임대차계약이었지만, 쇼핑몰 사업자측이 재건축사업을 예정하고 있어, 5년간의 갱신요구권행사는 법적으로 불가능했다. 문제는, 최초 체결된 임대차기간 2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아직 임대차기간만료는 1년 가까이 남아있는 상태였는데, 임대차계약서상에 ‘임대인의 사정으로 임대인이 임대차기간 도중이라도 임차인에게 명도를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이 삽입되어있다는 것이었다. 쇼핑몰사업자의 변호사는 이 규정을 근거로 임대차기간 도중이라도 임차인이 명도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을 하였다. 임차인을 대리하여 이 사건을 담당한 필자는 위 계약 조항이 강행규정인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위반되어 무효일 수 있다는 점을 착안했다. 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5조에서는 “강행규정”이라는 제목으로,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5년 미만의 임대차계약기간을 약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재건축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5년의 기간 동안에는 갱신요구권을 인정하고 있다는 반대해석에서, 재건축 등의 예외사유가 있을 경우에라도 당초 약정한 임대차기간만이라도 보장하는 것이 임대차보호법의 취지라고 해석하여, 임대차보호법의 취지보다도 임차인에게 불리하도록 약정된 ‘임대차기간 도중이라도 임대인의 일방적인 요구에 따라 즉시 명도해야 한다’는 계약조항은 임대차보호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무효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재판결과, 필자의 주장이 일리가 있는 것으로 재판부에서 수긍하면서, 결국 상당한 이사비를 받고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임차인 보호를 위한 강행규정을 적절히 응용한 케이스라고 생각된다.

두 번째 사례는, 임대차기간 만료 3개월 전에 임차인이 계약갱신 거절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종전 계약기간이 그대로 갱신된다는 조항에 관한 해석이다. 예를 들어, 2003. 1. 1.부터 2년간 임대차계약기간을 정했는데, 계약기간 만료일인 2004. 12. 31.의 3개월 전인 2004. 9. 30.까지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거절하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다시
2년이 갱신된다는 계약조항이 민사적으로 유효한지 여부의 문제이다.

우선, 이 임대차계약이 “주거용 건물”에 대한 것으로 가정해 보자. 이 문제에 관해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1항은, “임대인이 임대차기간만료 전 6월부터 1월까지에 임차인에 대하여 갱신거절의 통지 또는 조건을 변경하지 아니하면 갱신하지 아니한다는 뜻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만료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만료 전 1월까지 통지하지 아니한 때에도 또한 같다”고 하고, 제2항에서는 “ 제1항의 경우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정함이 없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제6조의2 제1항은 “제6조 1항의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 대하여 계약해지의 통지를 할 수 있다”고 하며, 제2항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해지는 임대인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月이 경과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임대차기간 3개월 이전에 계약갱신 거절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종전계약기간이 그대로 연장된다는 조항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하는 임대차기간 1개월 이전에만 임차인이 갱신거절의 의사를 표시하면 계약갱신을 막을 수 있다는 규정에 비해 임차인에게 불리하다. 더구나 갱신이 된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이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하면서 해지의 효과가 3개월 이후에 발생한다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내용에 비추어, 위 계약조항은 임대차기간이 묵시적으로 갱신되면 임차인의 의사에 불구하고 종전 계약기간을 그대로 연장한다는 점에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내용인 것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에서 “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고 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규정들이 강행규정임을 선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계약조항은 임대차보호법에 반하는 범위에서는 무효일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 임대차계약이 “상가”에 대한 것으로 가정해 보자.
이 점에 관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1항은,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 만료전 6월부터 1월까지 사이에 행하는 계약갱신 요구에 대하여 정당한 사유없이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1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하면서, 갱신거절사유를 열거하고 있고, 제4항에서는 “ 임대인이 제1항의 기간 이내에 임차인에 대하여 갱신거절의 통지 또는 조건의 변경에 대한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만료된 때에 전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이 경우에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정함이 없는 것으로 본다”고 하며, 제5항은 “제4항의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 대하여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고, 임대인이 그 통고를 받은 날부터 3월이 경과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으로 볼 때,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달리, 계약기간 만료 1개월 이전에 임차인이 갱신거절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계약이 갱신된다는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따라서, 3개월 이전에 갱신거절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계약이 갱신된다는 조항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갱신의 효과에 대해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차인이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도록 하고, 해지의 효력은 해지 의사표시 후 3개월에 발생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서, 무조건 종전기간을 그대로 연장한다는 계약조항은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으로 무효일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 사례는, 서울 상계동에 모 쇼핑몰 부지 구입과 관련한 중개보수청구사건이다. 필자의 의뢰인인 중개업자는 420억원이라는 거액의 쇼핑몰 예정 부지를 매입해 주는 대가로 8억원의 보수를 지급받기로 약속을 받았고, 매매계약서 작성 당시에도 8억원 보수지급을 다시 한번 서면으로 확인받았다. 그러나, 계약체결 이후 8억원 보수지급을 약속한 매수인이 태도를 돌변하여, 결국 약속받은 8억원의 보수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이 제기되게 되었다. 법원의 최종 판단결과는, 거래금액의 0.9%를 초과하는 범위의 금액은 지급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거래금액의 0.9%까지만 보수를 허용하는 중개업법령은 강행규정이므로, 당사자가 자율적으로 초과보수지급을 약속했다고 하더라도 초과된 부분은 무효라는 이유에서이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강행규정은 당사자의 합의도 깨뜨릴 수 있는 효력이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거래를 함에 있어서는 해당 거래에 있어 어떤 강행규정이 존재하는지, 또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숙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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