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방부연 씨(35)는 신혼집 구하기에 비상이 걸렸다. 직장인 잠실과 가까운 송파구 거여동 근처에 투룸 집을 구하는 데 아파트 55㎡ 전셋값이 2억원을 훌쩍 넘었기 때문. 그나마 저렴하다는 다가구·다세대주택 60㎡도 1억5000만원에 육박한다. 방 씨는 인근 중개업자로부터 “방 2개짜리 전월세주택은 원룸과 달리 거의 재계약하기 때문에 매물이 가뭄에 콩 나듯 나온다. 나중에 따로 연락을 주겠다”는 말을 들으며 허탈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 서울 역삼동 108㎡ 아파트에 15년 넘게 살고 있는 임순혁 씨(62)는 이사할 집을 고민 중이다. 두 자녀 중 큰아들은 3년 전에 결혼해 따로 살고, 둘째 딸은 출가를 앞두고 있어 지금 아파트가 너무 크다는 생각 때문이다. 주변에 투룸 아파트를 찾아봤지만 새 아파트 물건은 거의 없고 20년 가까이 된 노후 아파트뿐이라 집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그동안 주택 시장에서 비중이 낮았던 방 두 칸짜리 ‘투룸형 주택’이 급부상하고 있다.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고 전세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가격이 저렴하고 원룸보다 규모가 조금 큰 투룸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 전세난 해소와 2~3인 가구 주거 대안으로까지 떠오르는 중이다.
사실 정부는 그동안 전용면적 30㎡ 이하인 원룸 주택 공급에만 치중해왔다. 하지만 학생이나 미혼 직장인 등 1인 가구만을 위한 주택이어서 다양한 수요를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원룸 주택은 1~2인 가구를 위한 주거 안정 대책으로 정부가 도시형생활주택을 도입해 20만가구 넘게 지어졌다. 도시형생활주택의 경우 전체 10가구 중 8~9가구가 원룸형으로 지어져 공급과잉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비좁은 공간으로 생활의 질이 낮아진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실제로 역세권과 대학가에서 한동안 인기 상종가였던 도시형생활주택, 원룸 등 초소형 주택 임대 시장이 최근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소형 주택 시장이 임차인을 찾지 못해 ‘빈집’이 늘면서 임대료도 내림세로 돌아섰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20~30대 젊은 층 수요를 겨냥해 다가구·원룸 등 소형 주택 공급이 몰렸던 서울 신촌·왕십리·신림동 등 대학가에서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어 대학가도 소형 임대 시장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투룸형 중소형 주택이 인기를 끌면서 소형 주택 시장의 ‘선수 교체’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대학가에서 원룸이 인기몰이를 했다면 이제 생활형 주택 시장에서 방 두 칸짜리 ‘투룸형’이 위축된 소형 주택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대안으로 주목받는 중이다.
상가·오피스를 리모델링하기도  
투룸형 주택은 기존 임대 시장 외에 분양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다. 이를 반영하듯 주택 공급업체들도 투룸형으로 사업 방향을 바꾸고 있다. 한화건설이 서울 상암동에서 분양한 상암오벨리스크2차는 35~43㎡의 투룸형 15실에 300명이 넘는 청약 기록을 세웠다. 또 투룸형 평면을 도입한 서초 보금자리지구 1블록의 ‘서초 리슈빌S’는 분양 시작 3주 만에 분양 완료됐다. 미분양을 우려한 주택 공급회사가 새 틈새시장으로 투룸 시장을 넘보고 있다.
투룸 주택 인기가 높아지자 아예 원룸형 전략을 버리고 신혼부부나 자녀 있는 부부 등 2~3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투룸형 주택 공급을 늘리는 신축형 임대 사업자도 늘고 있다. 투룸 개발의 경우 원룸에 비해 다소 사업성이 떨어지지만 최근 소형 주택 공급이 원룸형에 집중됐던 탓에 오히려 희소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임차 수요가 풍부해 공실 위험이 낮지만 매입 가격이 비싼 도심과 강남권 일대에서 투룸 공급이 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강남, 송파, 마포구 일대가 관심을 끈다. 이 일대에 30∼58㎡ 투룸형 오피스텔, 주택 공급이 늘고 있다.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주변과 법조타운 예정지 인근에는 대규모 신축 오피스텔이 입주할 예정이다. 월세 비율이 높고 투룸 수요가 많은 강남과 중구, 종로구와 마포 일대도 투룸 공급이 늘고 있다.
앞으로 투룸 주택에 투자하려면 전세비율이 높고 신혼부부 수요가 많은 서울 도심 지역을 눈여겨볼 만하다. 강남·서초·송파·노원구 일대와 도심 중대형 아파트 밀집 지역은 원룸보다 투룸 공급이 적었거나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지역이다. 임대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고가 임대료를 감당할 만한 직장인 수요가 넉넉하다. 신축형 투룸은 강남권에 직장을 둔 임대 수요를 겨냥해 강남권 일대로 투자 범위를 좁히는 것도 방법이다.
투룸 공급이 많고 주거환경이 쾌적한 지역은 광진구 일대가 꼽힌다. 광진구 구의, 중곡동은 대학가와 가까운 데다 지하철 교통 여건이 좋아 젊은 층은 물론이고 가족 단위 거주 비중이 높은 곳이어서 임대 수요가 풍부하다. 투룸 빌라의 경우 보증금이 평균 2000만원, 월세 45만원으로 꽤 높은 수준이다. 공원과 한강, 아차산을 끼고 있어 산책이나 운동하기 좋은 양호한 주거지다.
빌라와 단독주택이 고루 분포돼 있는 송파구 방이, 송파동도 신혼부부들을 대상으로 한 투룸 신축이 활발하다. 지하철 9호선 3차 연장구간인 방이역 주변으로 소형 주택 신축이 증가세다. 가락시장역과 문정역 주변은 아파트와 다세대주택이 함께 어우러져 있고 투룸, 쓰리룸 등 다양해 3~4인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주택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문정역 주변은 대규모 오피스텔 공급이 이뤄져 신규 입주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주택 시장이 극도로 침체됐지만 투룸 주택은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하지만 투룸을 지을 빈 땅이 부족하다 보니 땅을 매입해서 주택을 짓는 것보다 기존 건물을 전면 리모델링하는 형태로 다가구주택이나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바꾸는 것이 유행이다. 업무시설인 상가, 오피스 등을 투룸으로 바꾸는 경우도 꽤 흔하다. 공사비는 3.3㎡당 200만~250만원 소요되고 임대수익률은 통상 연 5~6% 수준이다.
투룸을 통해 주택 임대 사업을 목적으로 할 경우에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 꼼꼼한 현장 답사를 통해 주변 투룸이나 오피스텔 월세 수준을 미리 파악해 구체적인 임대수익률을 계산해본 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사 임대주택의 수요와 공급, 투자 후 관리 계획까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또 중소형 임대시설은 아파트와 다세대, 도시형생활주택 등 유형이 다양해 개별 주거시설마다 임대 시장의 특성과 장단점을 잘 파악해야 한다.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다세대의 경우 지역별, 상품·특성별로 실제 수익률은 차이가 많다. 임대 사업자 입장에서는 주거 인프라와 단지 내 거주민 서비스 등이 잘 갖춰진 상품을 고르고 시공사 브랜드도 따져봐야 한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분양가가 저렴해야 하고 절세에 유리하며 관리비 등 부대비용도 적은 상품을 골라야 한다.
쉽게 매매하기 위해서는 공실이 적고 수요가 탄탄한 주거 선호 지역을 공략하는 것이 좋다. 서울·수도권 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급매물과 미분양아파트 물량을 집중적으로 노리되 가격이 싸다고 덜컥 매입하는 건 곤란하다. 싼 게 비지떡일 수 있으므로 지역 배후에 젊은 층 직장인이 많은지, 인구가 증가하는 지역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임대 사업성이 높은 곳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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