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칼럼] 2018 아시안게임의 월드클래스 매너챔피언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매너챔피언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매너챔피언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매너란 상대방을 배려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습관이다.
매너의 역사를 보면, 매너란 ‘그 사람의 사회적인 위치를 보여주는 도구’라는 의미에서
유래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좋은 매너를 보여주는 것은 ‘나는 사회적인 위치가 높은 품위 있는 사람’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한국과 우즈벡전서 보여준 축구스타 손흥민 선수의 월드클래스 매너

축구 스타 손흥민의 매너도 월드클래스였다.
아시다시피 한국과 우즈벡전은 혈전 그 자체였다.
이 가운데 한국의 주장 손흥민선수는 경기 종료 후 인터뷰 등 일정을 마무리하고 우즈벡 버스에 올라 탔다.
역사에 남을 명대결을 펼친 우즈벡 선수들 한명한명을 안아주며 위로인사를 남기기 위해서였다.
버스에 내려서도 손흥민선수는 선수들이 드나드는 곳에 떨어져있던 태극기를 주워 관계자에게 손수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우즈벡과의 경기에서 손흥민선수는 상대 수비에 둘러싸여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 후 매너에서만큼은 매너챔피온이었음을 증명했다.

진정한 스포츠맨쉽을 발휘한 펜싱경기에서의 구본길선수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대회에 출전한 국가대표 선수들은
모두가 최선을 다하며 수많은 명승부를 연출했다.
그 결과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는 177개의 값진 메달을 수확했다.
특히 몇몇 종목의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스포츠맨쉽을 발휘하며 감동적인 장면들을 연출하며 각본 없는 드라마를 완성했다.
지난 8월 20일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는 한국의 구본길선수와 오상욱선수가 결승에서 만났다.
구본길선수는 일찌감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병역 혜택을 받은 상태였다.
그리고 세계랭킹 5위의 신예 오상욱선수도 충분히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 자격이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금메달을 앞에 두고 두 선수는 양보 없는 치열한 명승부를 펼쳤고 결국 15-14로 승리한 구본길이 대회 3연패에 성공했다.
구본길선수는 스포츠정신을 걸고 개인전에서 당당하게 금메달을 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안한 마음에 오상욱선수를 안고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 단체전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단체전 금메달


미래가 보장된 후배의 앞길을 막았다는 죄책감에 눈물을 흘렸던 구본길선수도
단체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후에야 후련한 미소를 지으며 오상욱선수와 함께 기쁨을 누리는 장면이 참 아름답고 숭고하게 느껴졌다.
스포츠맨쉽이 느껴지는 경기였기 때문이다.스포츠맨십은 경기정신을 말한다.
스포츠를 애호하고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훌륭한 정신을 말한다.
공명정대하게, 상대의 처지를 존중하며, 규칙을 지키고, 명랑하게 게임을 함으로서 자기의 최선을 다하는 정신이다.
페어플레이의 정신과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
상대의 처지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매너’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배구 여제’ 김연경선수의 매너있는 인터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배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김연경선수는 단연 슈퍼스타였다.
믹스트존에서 김연경선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특별히 인도네시아 취재진의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인도네시아 배구를 경험한 소감을 말해달라”,
“응원 열기는 어땠나”,
“인상적인 선수는 없었나”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김연경선수는 오랜 인터뷰에도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질문 하나하나에 성실히 답했다.
대답 역시 월드클래스다웠다.
인도네시아 팬들의 뜨거운 응원에 엄지를 들어보인 그녀는 인도네시아 배구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잘했다. 인도네시아 배구 미래가 밝다”
그리고 “상대 9번 선수는 비록 단신이지만 탄력이 좋아 막기 힘들었다”고 말하면서
매너있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명실상부 태권도 최강자로 자리 잡은 이대훈선수는 매너도 금메달

경기 후 승리한 이대훈선수가 세레머니를 하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나도 졌던 기억이 있다. 이란 선수가 너무 아쉬워하기에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장 안팎에서 보여준 이대훈선수의 성숙한 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대훈선수는 2016 리우올림픽 태권도 남자 8강전에서 요르단 선수에게 패배해 올림픽 금메달 꿈이 무산됐다.
그러나 이대훈선수는 패배후에도 패배를 인정하면서 자신을 이긴 상대 선수 팔을 번쩍 들어 축하하는 모습을 보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당시 이대훈선수의 인터뷰내용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이기면 기쁨보다는 상대 슬픔을 더 달래주고,
또 진다면 제 슬픔보다 상대의 기쁨을 더 높게 만들어주기로 저 스스로와 약속했었다”
“저도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지만 여기 최선을 다하지 않은 선수가 어디 있겠냐.
만족하는 경기였다”는 소감을 밝혀 더 큰 화제를 모았었다.

매너와 내공이 느껴지는 매너챔피언들의 인터뷰

“올림픽 1등이 목표이지만 아직 선발전을 치르지 않았고 정해진 것은 없다”며
“월드그랑프리부터 한 단계씩 올라갈 것이고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부담감은 훈련량으로 이겨내 보겠다”고 말했다.
인터뷰에서도 매너와 내공이 느껴진다.
매너(manner)는 ‘Manuarius’ 라는 라틴어 에서 유래가 되었다.
매너의 기본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다. 즉 존중을 하는 것으로 상대방을 먼저 생각해줌으로서 나오는 행동방식이다.
올해 아시안게임이 더욱 풍요롭고 행복했던 이유는 바로 매너와 실력을 두루갖추고
진정한 스포츠십을 보여준 우리나라 선수들 덕분이다.

매너는 지식에 광채를 내주고
행동에 지혜를 준다는 말을 기억해보는 하루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