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사업장 이참에 모두 정리할 거야 /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사진=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한경DB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과 점심을 함께했다. 기자들과 스킨십 하기를 좋아하는 CEO라 항상 친근감이 간다. 이날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올해(2015년) 주택공급 물량이다. 그는 올해 묵혀둔 10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중 8개를 분양키로 했다고 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던가. 분양 시장 분위기가 달아오른 틈을 타 그간 속을 썩혔던 물량을 대거 털어내겠다는 전략으로 느껴진다.

​재밌는 건 그 다음 얘기다. 올해 공급물량이 너무 많아서 큰 걱정이라고 했다. 너도 나도 물량을 쏟아내고 있어 올해 40만가구 이상의 아파트가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사장은 이게 문제라고 했다. 올해 분양된 아파트들이 입주할 때가 되면 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입주때 시장 상황이 나빠 계약자들이 중도금과 잔금을 안 내면 건설사는 큰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실제 2007-2008년이 그랬다. 분양가상한제를 앞두고 건설사들이 대거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면서 공급이 봇물을 이뤘다. 후유증은 2010년 전후로 입주 시점에 나타났다. 계약자들이 중도금 잔금 내기를 포기하면서 월드건설 등 내로라하는 중견건설업체들이 대거 무너졌다.

지금 건설사들 행태가 재밌다. 자신은 분양 물량을 쏟아내면서 남들은 물량을 안 쏟아내길 바란다. 조직이든 인간이든 이기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선 분양계약자들 스스로 현명해질 수 밖에 없다. 지금 아파트 청약을 하는 이들은 입주때까지 내다보고 전략을 짜는 것이 좋겠다.

우선 방망이를 짭게 쥐는 단타전략이 유효해 보인다. 욕심을 줄이고 대규모가 입주가 이뤄지기전에 내다 파는 것이다.

가급적 서울 요지 지역 위주로 청약하는 것도 좋겠다. 공급이 적어 입주 충격에서 자유롭다. 길게 봤을 때 인구감소 등으로 부동산가격이 하락한다는 전망이 맞아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하방 경직성이 강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