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면

짐을 싼다. 내가 이 직장을 떠나야 하는 이유를 알고 있지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동료들과 환송회를 한다. 환송회에 참석한 건 나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오늘은 도저히 가족에게 사실을 얘기하지 못하겠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뜬눈으로 밤을 샜다. 아침 여느 때처럼 집을 나선다. 멍한 상태로 커피숍, 청계천, 교보문고에서 하루를 보낸다. 평소보다 일찍 집에 돌아와 가족에게 사정을 말한다. 이제부터는 현실이다. 일단 고용지원센터에 가서 실업급여를 신청하고 구직등록을 한다. 게시판에는 구인광고가 가득하다. 유난히 ‘경비직’이 눈에 많이 띤다.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까? 직장 생활 20여 년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도움을 청할 사람이 하나도 떠 오르지 않는다. 대학 친구를 떠 올려보지만, 대학 졸업하고 20여 년 연락 한번 해본 일이 없다. 형제, 일가 친척을 떠 올려봐도 1년에 한 두번 명절 때 만나는 수준에 무슨 도움을 청하겠나. 낮추고 낮추고 내리고 내린 석 달. 내일부터 나는 경비원 아저씨다. 직장생활 20년 후회되는 건 딱 한가지다. 제대로 된 인간관계 하나 만들어 놓지 못한 것이다.

우정은 다른 사람과 긴밀한 개인적인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을 말한다. 학창시절에는 우정을 나눈 친구가 있었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인간관계를 상사, 부하, 경쟁, 생존로 규정하다보니 우정이 설자리가 없어졌다. 문제는 우정이 없으면 개인적인 도움도 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떻게 생각할까? 경쟁하지 마라.
경쟁은 짧고 우정은 길다. 순간의 화를 모면하기 위해 상대방을 위험에 빠뜨리지 말자. 승진하기 위해 상대방을 누르지 말자. 나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이용하지 말자.

어떤 감정을 가져야할까? 사랑의 마음을 키워라.
실적 부담으로 항상 긴장하고 과로에 지쳐있는 동료의 모습을 연민하자. 계약을 따려고 열성을 다해 설명하고 하루가 멀다 찾아오는 영업사원의 모습에서 열정을 배우자. 회사의 생존을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만 생각하고 실패를 용납하지 않고 나를 깨는 사장님의 모습을 존중하자. 일은 못하지만 굳은 일 마다않고 도와주는 부하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자.

어떻게 할까? 칭찬을 통해 우정을 만들어라.
작은 도움, 작은 성과가 있더라도 칭찬하자. 칭찬은 단지 좋은 말이 아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사회적 지지이다. 상대방이 자신의 존재의미를 알고 자신감을 갖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솔루션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 상사나 동료에게 칭찬의 말을 한마디도 듣지 못하고 죽어라 일하는 직장인이 너무 많다.

어떻게 발전시킬까? 인간관계를 넓혀라.
지금 일하는 사무실에 있는 사람으로는 너무 부족하다. 현재 직장의 모든 동료로 인간관계를 계속 넓혀가라. 거래처 고객, 협력업체 직원까지 우정의 범위를 넓혀라. 대학 동창, 선배, 후배도 우정의 범위에 넣고 관리해야 한다. 한 달에 한번 가까운 사람과 통화하고 이메일이라도 한통 보내라. 경조사는 가급적 참석하는게 좋다. 예상치 못한 친구, 선후배를 만나 우정을 연결할 수 있다. 업종 모임도 참여하는 게 좋다. 포탈사이트에 있는 업종별 까페에 가입해서 정보도 얻고 가끔식 정기 모임에도 나가서 인간관계를 넓혀라.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 친지를 챙겨라. 자기 주도로 송년회를 만들어라. 가족 친지는 작은 투자로 가장 큰 보답을 주는 강력한 인간관계다.

우리는 위기와 위험에 빠질 때, 가장 필요한 것이 우정의 인간관계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때, 그 중요성을 아는 것으로는 안된다. 우정은 평온한 시기에 만들 수 있고, 그 진가는 위기와 위험의 순간에 발휘된다.

정진호_IGM 세계경영연구원 이사, <일개미의 반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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