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방문하였던 柳가 다시 방문을 하였다. 공인자격증 시험에 합격(合格) 하였다며 감사의 인사를 드리러 왔다고 하였다.

대학을 졸업한 후 어느덧 서른의 나이에 가까워졌다. 뚜렷한 목표 의식이 없었던 柳는 부모의 골칫거리였다. 물론 이미 수차례 방문을 하였던 어머니의 마음 아픈 표현이다. 여간해서는 딸의 삶에 관여를 하고 싶지 않았던 어머니에게 조심스럽게 딸의 상담을 권유해 보았다.

신왕(身旺)한 그릇에 관(官) 마저 약했던 柳는 신약(身弱)한 어머니 아버지와는 달리 누구의 영향을 받는 사람이 아니다. 이러한 성향의 소유자는 오로지 자신 스스로 동기부여가 있어야 삶의 변화가 생긴다. 다행히 연운(年運)이 신약한 자신과 신왕 한 관의 흐름이라 어머니의 권유는 통(通)하였다.

신왕(身旺)이란 천지(天地)의 기운이 인(人)과 상생(相生)을 하여 자신의 타고난 그릇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말한다. 삶에는 자신감이 크고 타인의 의견보다는 주로 자신의 경험에 의지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인생에서 변화(變化)가 필요한 시기나 자신이 계획했던 일이 원하는 방향과 다른 결과가 나올 때에는 자칫 오리무중(五里霧中)에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에 반해 신약(身弱)하게 타고난 사람은 천지인(天地人)의 조화(調和)가 이루어지지 않아 삶의 행동이 조심스럽다. 주로 자신의 그릇을 채우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흉다길소(凶多吉少)인 인생에는 신왕이 좋을 수 있지만 학업이나 집중을 요구하는 직업에는 신약이 도움이 된다.

사실 신왕하고 삶의 지배력이 강한 柳에게 자격증 공부란 마치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이 인간이 되는 것처럼 무척이나 힘든 과정이다. 그러나 견디어 결과를 얻기만 한다면 柳의 인생에는 중요한 도구를 얻게 되는 것이다.

수년 동안 자격증 시험을 공부하고 있었던 柳는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거의 자포자기 상태였다. 비록 상담을 왔지만 반응은 퉁명하였고 대부분의 질문도 오직 앞으로 자신의 미래가 어떤지와, 만약 다시 시험을 본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인지에만 집중되어 있어 초기 상담이 쉽지 않았었다.

이러한 반응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이루지 못한 죄책감 수치심 열등감 등의 마음의 상처가 있는 상담자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상처의 치유는 결자해지(結者解之)라 본인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 정답은 바로 자격증 취득뿐이었다.

본인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현재의 모습을 봐야 하고 미래의 성과에 연연하고 초조해지면 불안은 더욱 가중되니 지금 柳가 할 수 있는 것은 절실함을 가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전념하는 것뿐이라고 하였다. 결실을 맺는다면 자연스럽게 다음의 길은 보일 거라 했다. 지금껏 공부한 흐름과 향후 수년간의 흐름 중에서 올해가 그것도 하반기가 마지막 운(運)이니 만약 올해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다른 직업을 알아보라고 하였다.

두 번째 방문한 柳의 얼굴에는 연초(年初)의 독기 어린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스스로의 모습이 기특한지 표정은 많이 상기되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마음의 상처 치료는 물론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감의 성취(成就) 물이기 때문이다.

연초(年初)에 자신에게 해주셨던 말을 기억하느냐고 한다. 자신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먼저 자신이 삶을 밝힐 수 있는 부싯돌을 준비해야 하고 그걸로 불을 켜야 한다는 말을, 자신은 그 이야기를 내내 마음속에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정말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코피도 많이 흘렸다며 자신을 알아 달라고 한다. 사실 저는 처음 상담을 왔을 때 해주신 말씀을 듣고 반신반의(半信半疑) 했어요. 하지만 달리 마음 둘 곳도 없었고 지푸라기라고 잡는 심정으로.. 또 올해가 마지막 일지도 모른다는 말씀을 내내 기억했습니다..”

“어머니에게 말씀 들었어요! 우리 딸이 정말로 열심히 한다고. 정말 고생 많았어요.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며 방을 나선다.

불안(不安)은 삶의 불확실성을 통제(統制)하려는 마음에서 생긴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마저 통제하려는 마음은 불안의 씨앗이 된다. 운명(運命)은 우리가 통제할 수가 없는 영역이다. 그저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하지만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처럼 엄연히 자신의 명(命)과 운(運)은 보이지 않게 정(定)해져 있고 또한 변(變)하고 있다.

여동재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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