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 ‘노인 대국’이다. 코로나 19의 급습으로 벌어진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까 우려를 자아 낼 만큼 혼란에 빠져있다. 특히 전체 사망자의 91%가 70세 이상이다 보니 기저 질환을 가진 고령 노인에겐 코로나 19가 자신의 생명을 거두려는 악령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확진 2만 이탈리아 ‘80세 이상 진료 어렵다젊은 환자 우선론>

“온라인 매체 폴리티코는 환자 급증으로 이탈리아 의료진은 치료 대상을 선별해야 하는 윤리적 선택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확진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노인보다는 젊고 건강한 환자에게 치료를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80~95세 환자가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보일 경우 진료 기회를 얻기 어렵다”는 의료진 발언도 전했다(중앙일보)”

이 기사를 보는 동안 어떤 책에서 읽었던 문장과 닿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부랴부랴 책을 찾아보니 <베르나르 베르배르>가 지은 소설 『나무』 였다. 그중 다섯 번째 글 “황혼의 반란”에서 대통령 신년 담화문에 이런 발표가 나온다.

“노인들을 불사의 로봇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생명에는 한계가 있고 그 한계는 존중되어야 합니다”

물론 소설이다. 하지만 노년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그냥 흘려지지 않았다. 고령자가 많아지면 노인 복지 예산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세금 부담은 커진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 청년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을 달래지 못하면 세대 간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 정치인의 입장에선 줄타기 정치성 발언도 불사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소설임을 알면서도 노인 복지 부분을 읽을 땐 쌍소리가 나올 만큼 흥분했던 기억이 있다. 70세 이상 노인은 약값과 치료비 지급을 제한하고, 75세부터 소염제를, 80세부터는 치과 치료, 85세부터는 위장 치료, 90세부터는 진통제 환급 불가, 100세부터는 무료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 살만큼 살았으니 이젠 그냥 죽으란 이야기다.

“80~95세 환자가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이탈리아 의료진 발언)

“노인들을 불사의 로봇으로~”(황혼의 반란 / 대통령 신년 담화문)

사진:픽사베이

두 문장이 향하는 종결 점은 같다. 치료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뉘앙스로 읽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나라 중 하나다. 젊은 사람은 급격히 줄어들고(저출산) 고령자가 급증하는(수명 증가) 상황이 고착화되면, 결국엔 역 삼각형 인구 구조를 피하기 어렵다. 코로나 19가 고령자를 밀어내듯, 멀지 않은 시점에 상대적 박탈 감을 해결하기 위한 “젊은이의 반란”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비약일까?

코로나 19가 인류에게 던진 숙제가 너무 어렵다. 이탈리아는 말할 것도 없고 스페인, 독일, 프랑스, 영국 할 것 없이 자국을 걸어 잠그면서 코로나 19를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어느 국가도 코로나 19를 진정시켰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하루 밤만 지나고 나면 확진 자가 폭발했다는 기사만 들어온다. 마치 거센 바람을 타고 들 불이 번지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허둥대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동안 선진국 지위를 누렸던 몇몇 국가의 리더십은 도마 위에 얹어진 생선 취급을 받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코로나 19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우리나라 의료진의 헌신과 발 빠른 대처, 노약자와 취약 계층을 챙기는 자원 봉사자, 그리고 질병관리본부의 탁월한 대응력,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하는 국민성까지… 우리의 경험이 코로나 19를 해결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종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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