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구이
전어구이
전어구이
식도락가도 아니고
주머니가 넉넉하지도 않고
회를 썩 좋아하지도 않아서
전어회를 철따라 자주 먹지는 않았다



생각치도 않았던 일정 때문에
한잔 술이 얼큰해졌을 때쯤
전어구이를 하는 작은 횟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맞아 가을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들어온댔겠다



손바닥만한 정갈한 전어를 가지런히 연탄불 석쇠 위에 올려놓았다
그냥 회로 떠도 먹을 만큼 깔끔하고 단아하고 조신하다
이 녀석은 뜨거워도 제가 뒤집지 못하니까 일일이 뒤집어주어야 한다
뒤집다보니까 조신하던 모습이 조금씩 흐트러진다



겉이 노릇노릇해질 정도면 더욱 잽싸게 뒤집어야 한다
한참을 그렇게 뒤집으며 전어 향기를 맡다보면 적당히 익는다
나중에 먹을 때쯤엔 껍질도 조금 벗겨지고 살점도 조금 뜯기고
처음 구울 때의 정갈하고 조신한 모습은 사라졌지만 기가 막히다



살만 발라먹어도 뼈채 먹어도 어디를 먹어도 기가 막히다
맛있게 먹는 우리들을 보고 주인은 한마디 놀라운 말을 한다
<전어 제대로 먹으려면 대가리를 먹어야 합니다>
아무도 대가리를 먹을 생각을 않을 때 내가 우적우적 씹었다



오매 미치고 환장허겄네
그 다음부터 나는 몸통은 안 먹고 대가리만 먹었다
살만 발라먹는 옆사람들을 보면서 속으로 말했다
<니들이 진짜 사랑을 알어?>



전어의 흐트러져 가는 모습
익어가는 전어향기
흠씬 진하고 말로 표현못 할 대가리맛
그건 바로 모든 것을 다 쏟는 사람에서만 맛볼 수 있는 사랑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