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꺼지지 않는 미네르바 논쟁



출처 : 한경닷컴 > 뉴스
일자 : 2008년 1월 8일

인터넷 경제대통령이라고까지 불리던 ‘미네르바’의 체포소식이 전해지자 온 세상이 시끌벅적하다. 그동안 미네르바의 말 한마디에 나라가 뒤흔들리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일개 온라인 논객 한 사람의 체포 소식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문제지만 그 체포소식마저 정부의 경제정책처럼 믿음을 주지 못하는 씁쓸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가기관의 공신력과 권위,그리고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공고 출신 전문대 졸’이라는 미네르바의 신상명세는 해외 유명대학 박사학위에 금융회사 혹은 정부부처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의 무능과 대비되며 오히려 정부 정책당국을 조소하는 좋은 ‘안줏거리’가 되는 듯하다. 소위 경제전문가들의 전망 및 처방은 낙제점 수준이었고 냉철한 분석과 실적에 따라 움직여야 할 증시는 여전히 ‘천수답”냄비’로 불리며 루머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의 행보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한번도 속시원하게 실력을 발휘한 적이 없을 뿐더러 사고만 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이제 정부당국과 경제전문가 집단이 미네르바를 대신해야 할 때이다. 요즘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제2,제3의 미네르바가 계속 나오고 힘을 얻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동욱 사회부 기자 kimdw@hankyung.com ☞ 기사원문보기

책 제목 : 머니앤드 브레인
저자 : 제이슨 츠바이크

“뇌의 좌반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패턴을 찾고 뜻밖의 관계를 인식하도록 만드는 모듈이 존재하는 듯이 보인다.” 이를 연구자들은 ‘해석자’라고 하는 데, 해석자는 ‘나는 알아낼 수있다고’고 우리가 믿도록 만든다. 패턴이 존재할 경우 그런 기능은 유리하겠지만, 패턴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혼란을 가중시킨다. 무작위적이거나 복잡한 자료속에서 설명이나 패턴을 끊임없이 찾는 것은 좋지 않다. 뇌속의 어디에 해석자가 있는 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해석자의 존재는 ‘전문가들이’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예측하려고 계속 시도하는 까닭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끊임없이 폭풍처럼 무질서한 자료에 직면할 경우, 이런 전문가들은 자신이 자료를 이해할 수없다는 것을 인정하려고 들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해석자로 인해서 그들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패턴을 밝혀냈다고 믿게 된다. 나머지 대다수 사람들은 이런 예측을 받아들여 종종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언론에 나타난 단지 두세가지 정확한 예보로 분석가를 천재처럼 보이도록 만들 수있다. 왜냐하면 시청자나 독자들은 그 분석가의 전체 예보기록(아마도 특출한 면이 없을 것이다)의 견본을 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견본이 없는 상황에서 무작위적인 행운의 짧은 행진은 일반인들에게 의존 가능한 장기 예보의 일부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두세 차례 행운의 예측을 적중시킨 ‘전문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투자자가 서둘러 불운에 빠져드는 확실한 방법가운데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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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항상 우리에게 새로운 지식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새로움은 나를 새롭게 한다. 이 책은 ‘신경경제학’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알게 해주었다. 뇌의 신경이 우리의 주식투자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하여 아주 재미있게 풀어갔다.

우리의 뇌는 수천만년 전에 발달된 세포들이 원시 시대에는 생존 가능성을 높이도록 감정적 회로로 만들어져 있으나, 비교적 현대에 발달된 분석 회로는 매우 빈약하기 때문에 투자에 있어서 수많은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패턴화이다. 이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것을 패턴화시키고, 그 중에서 독특하거나 특히 위험적인 것에 대하여 반응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패턴화를 통하여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에 근거하여 미래를 예측하게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예측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이러한 패턴화를 통하여 자신이 미래를 예측하기에 충분히 총명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오랫동안 추측할수록 그 성공률은 떨어진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읽어가면서 그렇다면 과연 ‘펀드’에 투자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애초에 펀드의 개념은 일반인이 투자하기에는 주식이나 실물투자가 너무 복잡하여서 전문가에게 일임하여 그 성공의 확률을 높이기 위하여 자금을 모으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펀드의 수익률은 시장 수익률의 평균과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복잡한 투자과정과 펀드 매니저들이 가져가는 수수료 때문에 더 낮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펀드 매니저들이 갖고 있는 풍부한 정보와 고도의 계산과정에도 불구하고 결국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은 펀드 매니저나 일반 투자자들이나 별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뇌의 구조가 같기 때문에……

미네르바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일 미네르바가 그렇게 통찰력이 있고 지속적인 정확성과 예측력이 있다면 계속해서 그에게 글을 써보게 하는 것도 검증하는 방법중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미네르바와 정부의 차이가 분명하게 존재한다. 미네르바는 틀려도 별 비난을 받지 않을 것이다.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이나 금융공학자들이 현재의 상황을 예측하지도 못했고, 뚜렷한 해결책을 내지 못하여도 별 비난을 받지 않듯이 말이다. 단지 시간이 갈수록 그도 다른 전문가들처럼 별 수없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영향력을 상실해 갈 것이다.

IMF이후 한국에 대하여 지극히 비관적인 전망을 만들어가면서 ‘한국에 제2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를 쓴 스티브 마빈처럼.

다만, 그 노력과 재능을 우리 사회가 이제까지 이루어왔던 ‘자기 예언의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발휘하였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미네르바에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