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축제 분위기' 사라져…"'올림픽 마케팅'도 불가"
방역이슈에 밀린 경기들…사적모임 금지로 '단체 응원전' 실종
[올림픽] "먹고 살기도 어려워"…코로나에 올림픽 열기 시들
사건팀 = "지난번 월드컵 때는 치킨 주문이 엄청나게 몰려서 식구들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 이번 올림픽에는 그런 것도 없네요.

사람들 관심이 확실히 적은 것 같아요.

"
2020 하계 도쿄올림픽이 지난 23일 개막했지만, 예전과 같은 축제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생활고와 피로감 속에서 연기를 거듭하다 개최된 '팬데믹 올림픽'에 시민들의 관심도 시들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올림픽 특수 실종…코로나 생활고에 관심 '뚝'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모(52)씨는 올림픽 축구대표팀 경기가 열린 지난 22일에 맞춰 평소보다 발주량을 늘렸다.

밀려드는 주문에 대비하기 위해 가족과 지인들에게 '일일 아르바이트'도 요청했지만, 예상과 달리 이날 주문량은 평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이씨는 2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생각보다 너무 주문이 안 들어와서, 혹시 배달 앱에 영업 중이 아니라고 잘못 표시된 것이 아닌지 확인까지 했다"며 "아무래도 이번 올림픽 장사에 대한 기대는 접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시민들 역시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워낙 크다 보니 올림픽이라는 축제에 관심을 쏟기 힘든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은평구에 사는 대학원생 정모(32)씨는 "다들 눈앞에 있는 코로나19나 사회적 거리두기, 먹고 사는 문제들 때문에 올림픽에 관심을 못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남에 사는 이모(63)씨도 "코로나19로 심란해서 올림픽에 관심이 가지 않는다"며 "확진자 수나 백신 접종 소식 외에 다른 뉴스는 눈길도 안 가는데, 올림픽이라고 다르겠나"라고 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경제가 어려울 땐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올림픽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이것도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을 밖으로 끌어내고, 모이게 만들고, 이벤트에 참여시키는 일들을 할 수 없게 되니 축제 분위기도 살지 않고, 관심도 저하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림픽] "먹고 살기도 어려워"…코로나에 올림픽 열기 시들
◇ 지구촌 체육행사보다 방역 논란이 더 이슈
회사원 이모(45)씨는 최근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타면서 뉴스를 보기 위해 TV를 틀었다가 우연히 올림픽 개막식을 보게 됐다.

과거에는 개막식을 보기 위해 날짜와 시간을 미리 파악해두던 그였지만, 이번 도쿄올림픽은 대회가 열린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했다.

시민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올림픽이 1년 연기되고, 막판까지 개최 여부와 시기 등이 불투명했던 점이 올림픽에 대한 관심도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예전에는 올림픽 개최 전 매스컴에서 떠들썩하게 우리 선수들의 준비 상황이나 개최국의 들뜬 분위기를 전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들을 보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올림픽이 1년 연기된데다 막판까지 일본이 개최를 취소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축제와는 거리가 먼 분위기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 진모(28)씨 역시 "막판까지 대회 개최 여부를 두고 계속 말이 바뀌면서 지연되다 보니 관심도 자연스레 식은 것 같다"며 "원래 행사라는 게 예고편이 길어지면 본편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스포츠 경기보다 방역 논란이 더 이슈가 되는 게 피로감을 유발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북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6)씨는 "올림픽 개막식이나 경기는 안 봤는데, 후쿠시마산 식품을 안 먹기 위해 한국 대표팀이 도시락을 따로 싸는 것을 두고 일본에서 반발했다는 뉴스는 봤다"며 "방역 관련 논란이 있는 내용만 알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호창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번 올림픽은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서 지구인들의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힐링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일본은 이 부분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올림픽 개최에 반발이 있었던 자국민을 충분히 설득하지도 못했고, 독도 표기나 후쿠시마산 식자재 등을 둘러싼 논란 등도 경기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는 데 일조했다"고 지적했다.

◇ "같이 봐야 신나는데"…모임 금지에 응원전도 불가
사회적 거리두기와 사적모임 금지 조치로 인해 '같이 보는 맛'이 사라져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평소 큰 스포츠 행사 때면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술집에서 '단체 응원전'이 벌어지던 모습도 이번 올림픽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축구 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대학생 오모(25)씨는 "코로나 상황 이전에는 동아리 회원 열댓 명씩 맥줏집에 모여서 축구를 보는 게 전통이었는데, 사적모임 금지 조치 때문에 불가능해졌다"며 "학교 주변에서 축구 중계를 해주던 가게들도 대부분 문을 안 열거나 폐업했다"고 말했다.

회사원 기모(25)씨는 "올림픽 때는 친구·가족과 모여서 치킨 먹는 재미로 봤는데 그 재미가 사라져서 안 보게 되는 것 같다"며 "코로나 유행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스포츠 경기에 대한 관심도 많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