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NC전에서 8회말 대타 결승타로 2-1 승리 견인
꿈 이룬 '엘린이', LG 문보경 "첫 결승타, 꿈 같고 행복해"
어릴 때부터 팬이었던 팀에서, 그리고 야구 선수로서의 꿈을 키워왔던 곳에서 프로 데뷔 첫 결승타를 때려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문보경(21)에겐 잊지 못할 하루였다.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NC 다이노스와 LG의 시즌 5차전은 경기 종반까지 살얼음판 승부가 이어졌다.

0-1로 끌려가던 LG는 7회말 1점을 뽑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사 만루의 찬스에서 적시타가 나오지 않아 채은성의 내야 땅볼로 동점을 만든 것에 만족해야 했다.

기다리던 적시타는 8회말에 나왔다.

LG는 2사 3루에서 대타 문보경을 투입했다.

형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경기를 올해 프로에 데뷔한 문보경이 해결했다.

문보경은 NC 셋업맨 임창민을 상대로 볼 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까지 몰렸지만 4구째 직구(시속 145㎞)를 그대로 받아쳐 중전 안타로 연결했다.

3루 주자 김민성이 여유 있게 득점했다.

LG의 2-1 역전승을 이끈 문보경의 데뷔 첫 결승타였다.

경기 후에 만난 문보경은 "노리는 공이 들어와서 강하게 쳤다"며 "치자마자 안타가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잠실구장에서 결승타를 치고, 팬들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워온 잠실구장에서 쳐낸 결승타라서 문보경의 행복 지수는 더 높아졌다.

그는 "처음 야구를 접했던 게 LG였고, 야구장 직관도 LG가 처음이었다"며 '엘린이(LG 어린이 팬)'였음을 고백한 뒤 "잠실구장은 내가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워왔던 곳이라서 이 순간이 꿈만 같다.

소름이 끼친다"고 감격에 젖었다.

꿈 이룬 '엘린이', LG 문보경 "첫 결승타, 꿈 같고 행복해"
인연은 이것 말고도 또 있다.

문보경이 우투좌타 내야수인 것은 현재 LG의 주장인 김현수의 2008년 베이징올림픽 활약을 보고서다.

신일고 선배이기도 한 김현수는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주역으로 활약하며 '타격 기계'의 명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베이징올림픽에서 뛰는 (김)현수 형을 보고 좌타자에 꽂혔다"며 "실제로 (LG에서) 현수 형을 보고 진짜인지 믿기지 않았다.

TV로만 보던 사람을 만나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롤모델이었던 김현수는 이제 같은 팀의 주장으로서 문보경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문보경은 "(김)현수 형이 '1군, 2군 다 똑같다.

다르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말씀해주셨다"며 "때로는 잔소리를 할 때도 있지만 나나 다른 선수들 다 잘되라고 해주시는 말씀이라서 기분 나쁜 것은 전혀 없다.

한마디 한마디 새겨듣는다"고 했다.

프로 첫 시즌인 문보경은 올 시즌 26경기에서 타율 0.269에 1홈런, 1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18로 신인답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주전 선수들에게 밀려 경기 출전 기회는 많지 않지만, 문보경은 1군에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다만 벤치를 달구는 역할에 만족할 생각은 없다.

그는 "(대타 기회를 얻기 위해) 계속 스윙 연습하며 시위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1군과 2군의 환경, 투수들의 구위가 달라서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적응도 빨라진 것 같다"며 "팀에서 원하는 역할이 뭐든 내 몫을 잘 해내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류지현 감독은 문보경의 활약을 칭찬하며 "앞으로 남은 시즌에서도 기대하고 경기에 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문보경이 가장 원했던 말일 것이다.

꿈 이룬 '엘린이', LG 문보경 "첫 결승타, 꿈 같고 행복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