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그린경사, 두 발로 높낮이 느끼세요"
스윙만큼이나 선수마다 제각각인 것이 ‘퍼트라인 파악하기’다. 홀과 공 뒤를 바삐 오가며 라인을 살피는 ‘동서남북 읽기’는 여전히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다. ‘에임포인트 익스프레스(aimpoint express·이하 에임포인트)’ 등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23)처럼 체계화된 시스템을 익히는 ‘학구파’도 있다. 안신애(30)처럼 눈으로 보고 머릿속에 라인을 그리는 ‘상상파’도 존재한다. 주로 캐디의 도움을 받는 주말 골퍼와 달리 한 타에 수억원이 걸린 대회에서 프로들이 직접 그린 읽기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는 이유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루키 정윤지(20·사진)는 두 발을 이용해 퍼트라인을 읽는 방법을 애용한다. 이 방법을 이용해 ‘국가대표 에이스’ 자리도 꿰찼다. 이후 팔렘방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은메달을 이끈 뒤 점프(3부)투어 우승, 드림투어 상금 5위 성적 등을 앞세워 올 시즌 데뷔했다. 유해란(19)과 함께 유력한 신인상 후보로 꼽힌다. 지난해 투어를 달군 조아연(20), 임희정(20)과 동갑내기지만 생일이 늦어 올해 신인 자격을 얻었다.

양발로 그린 경사를 감지하는 그의 방법은 에임포인트와 비슷하다. 하지만 체계화된 에임포인트와 달리 그가 쓰는 방법은 철저히 ‘감’에 의존한다는 데 그 차이가 있다. 정윤지는 “양발에 무게중심을 고르게 나눈 뒤 서면 된다”며 “미세한 차이라고 해도 경사가 있는 곳이면 무게중심이 더 낮은 지대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발바닥 감각이 얼마나 섬세한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두 번 해봤을 때는 차이를 못 느낄 수도 있지만 횟수가 거듭될수록 미세한 차이가 점점 더 뚜렷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공 뒤, 홀 뒤에서 살펴봐도 헷갈리는 경사를 파악할 때 효과가 좋다.

정윤지는 “주말 골퍼들도 캐디가 공을 놔줬는데 “‘이쪽으로 보는 게 정말 맞느냐’고 되물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몇 번을 쳐다봐도 헷갈리는 때다. 그러면 그 헷갈리는 지점에 두 발을 대고 서서 꼭 느껴봐야 한다. 몸으로 느꼈기 때문에 더 신뢰가 가고, 이는 자신 있는 스트로크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