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하타오카, LPGA 토토재팬클래식 정상
마지막날 동반 플레이어가 배희경(26), 정재은(29)이었다. 배희경은 자신의 실력을 확인할 시즌 2승이 필요했고, 정재은은 첫 승이 간절했다. 전날 이 두 선수는 각각 5타, 7타를 덜어내며 뜨겁게 달아오른 터였다.

‘일본의 희망’ 하타오카 나사(19·사진)는 이 ‘K골프 자매’의 협공을 침착하게 막아냈다. 4일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토토재팬클래식(총상금 150만달러) 우승 트로피가 그의 몫이 됐다. 위기를 수습하는 노련함이 10대의 나이를 무색케 했다.

하타오카는 이날 일본 시가현 오쓰의 세타골프클럽(파72·6608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3라운드에서 버디 7개, 보기 2개로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02타를 적어낸 하타오카는 2위 우에다 모모코(일본),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를 2타 차로 밀어내고 시즌 2승째를 신고했다. 우승상금은 22만5000달러. 하타오카는 지난 6월 월마트 아칸사스챔피언십에서도 한국의 고진영(23)과 강혜지(28) 등을 따돌리고 LPGA투어 생애 첫 승을 수확했다.

하타오카는 10번홀(파4)까지 5타를 줄이며 우승을 일찌감치 굳히는 듯했다. 하지만 11번(파4), 12번(파3)홀에서 잇달아 보기를 내주며 시간다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티샷이 왼쪽으로 자꾸 감기는 바람에 그린 공략이 흔들렸다. 짧은 퍼트가 홀을 잇달아 비켜가는 등 퍼팅까지 불안했다.

14번홀(파4)에서도 티샷이 왼쪽으로 당겨지면서 공이 벙커로 향했다. 다시 위기. 하지만 이 100야드짜리 페어웨이 벙커샷을 정교하게 날려 반전의 기회를 마련했다. 공은 홀컵 1m 옆에 붙었다. 하타오카를 1타 차로 추격하던 시간다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연장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버디 퍼트가 홀을 외면했다. 뒤따라온 하타오카는 18번홀에서 파만 지켜도 우승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약 4m 거리의 퍼트를 홀에 그대로 꽂아넣어 버디로 자신의 우승을 자축했다.

올 시즌 LPGA 신인왕을 확정한 고진영이 마지막날 보기 1개, 버디 7개로 순위를 공동 5위까지 끌어올렸다. 똑같이 11언더파를 기록한 이지희(39)와 함께 한국 선수 중에선 가장 좋은 성적. 고진영은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데일리 베스트’인 6언더파를 막판에 몰아쳤지만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양희영(29)이 10언더파 7위, 정재은과 김인경(30)이 9언더파를 쳐 나란히 공동 8위에 자리했다.

일본프로골프(JPGA)투어 상금 순위 1, 2위인 안선주(31)와 신지애(30)의 경쟁에선 신지애가 공동 11위(8언더파)로 안선주(3언더파·34위)를 한 발 앞섰다. 토토재팬클래식은 LPGA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가 공동주최해 상금이 JLPGA 누적상금에도 포함된다. 신지애는 2라운드까지 공동 3위로 역전우승을 노렸지만 마지막에 1타를 잃어 오히려 순위가 내려갔다. 전날까지 3타 차 단독 선두를 달려 우승이 유력했던 호주동포 이민지(22)는 갑작스러운 샷 난조에 휘말리며 6타를 내주고 공동 15위(7언더파)로 주저앉았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를 돌며 치르는 LPGA 아시안 스윙 시리즈는 오는 7일 중국 하이난에서 열리는 블루베이 LPGA대회로 5개 대회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