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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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임 부상으로 올림픽 대타 출격
"경기 당일 관중석 안 보고 해야 할 것 같다"


"어머니께서 운도 실력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 말씀을 들으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한국 여자 기계체조 선수로는 홀로 출전하는 이은주(17·강원체고)는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4년 뒤를 기약하고 있었다.

이은주는 지난 6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이고임(16·인천체고)에게 3점 이상 뒤져 2위에 그쳤다.

단 한 장의 올림픽 티켓은 선발전 1위인 이고임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이은주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이고임이 브라질 리우 현지에서 훈련 도중 왼팔을 다쳐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렇게 이은주는 4년을 앞당겨 올림픽 출전 기회를 얻게 됐다.

그는 5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의 대회 공식 경기장인 리우올림픽 아레나에서 첫 공식 훈련을 소화했다.

지난 4월 테스트 이벤트 때 이미 밟아본 경기장이지만 감회가 같을 수는 없었다.

그는 "그때보다 천장도 더 높아진 것 같고, 경기장도 더 커진 것 같다"며 "관중들이 들어차면 더 긴장될 것 같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은주는 사실 국제대회 경험이 전무하다.

국제체조연맹(FIG) 공인 대회 기준으로 국제대회 출전 경험은 테스트 이벤트가 유일하다.

자신의 두 번째 국제대회가 바로 선수들이라면 모두가 꿈꾼다는 올림픽이니, 그가 느낄 긴장감은 사실 선수 본인이 아니면 알기 어렵다.

이은주는 "국제대회를 사실 많이 안 뛰어봐서 많이 긴장된다"면서 "경기 당일에는 관중석을 안 보고 해야 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서로 의지할 동료라도 있으면 도움이 될 텐데, 이은주는 유일한 여자 기계체조 출전 선수다.

그런 이은주에게 힘이 된 한마디가 있었다.

"어머니께 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고 했더니 '운이 좋구나, 하지만 그 운도 실력이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마음이 정말로 편해졌어요."

그는 "(최정열 대표팀) 코치님도 '부담 갖지 말고 자기 것만 하면 된다, 실수해도 웃으면서 하라'고 조언해주셨다"며 "너무 떨지 않고 웃으면서 예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은주는 이어 "이고임 선수가 부상 때문에 올림픽을 못 뛰게 되서 갑자기 오게 됐는데, 이고임 선수가 훈련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알기에 마음이 아프다"며 "이고임 선수 몫까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은주는 어머니가 일본인인 다문화가정 출신이다.

열 살 때 일본에서 기계체조를 시작한 이은주는 2013년부터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