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지난 27일 오후 3시께 서울 잠실 롯데월드 실내 아이스링크.초등학생 10여명이 강습 중이다. 빙판에서 넘어지기 일쑤고 아직 손 동작도 어색하다. 하지만 모두 '미래의 피겨 스타'를 꿈꾸며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열의는 대단하다. 1개월 전에 피겨 스케이팅을 배우기 시작한 옥나경양(10)은 "연아 언니처럼 멋진 '은반 위의 요정'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례2.피겨 스케이팅 전문 업체 스포텍의 이창주 사장은 최근 매장 문을 연 후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피겨 스케이트화 주문이 쇄도하고 있어서다. 한 달에 500여 켤레가 팔려 3년 전(50여 켤레)보다 10배 이상 불어났다. 이 사장은 "이전에는 스피드 스케이트화를 찾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김연아 효과에 힘입어 피겨 스케이트화가 대세"라고 설명했다.

여기저기에서 피겨 바람이 거세다. '피겨퀸' 김연아가 온 국민의 '엄친딸'로 자리 잡으면서 피겨 스케이팅을 즐기는 인구가 부쩍 늘었고 용품 업체들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피겨 스케이팅 대회에 참가하려는 초등학교 여학생들의 숫자가 눈에 띌 정도로 증가했다. 올 시즌 미국LPGA 투어에서 '박세리 키즈'가 맹활약을 펼쳤듯이 5년 뒤에는 '김연아 키즈'가 세계 무대를 장악할 것 같은 모양새다.

국내 주요 빙상장의 피겨 스케이팅 강습 인원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었다.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운영하는 '피겨 스케이트 교실'의 월 평균 수강생은 250여명으로 작년보다 5배 증가했다.

김성범 목동아이스링크 부장은 "피겨스케이팅 강사를 2배 이상 늘렸지만 부족한 실정"이라며 "늘어나는 수강생에 비해 국내 피겨 스케이팅 코치들이 턱없이 모자란다"고 말했다. 서울 태릉 실내빙상장과 과천시민회관 스케이트장의 수강 인원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30%,20% 증가했다. 이 빙상장들도 모두 피겨 스케이팅을 가르칠 코치가 없어서 수강반을 더 늘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울 롯데월드 실내 아이스링크의 피겨 강습생도 작년 대비 22% 증가한 280여명에 이른다. 프로 피겨 스케이팅 선수를 꿈꾸는 학생들 또한 증가세다. 대한빙상연맹에 등록한 초등학교 피겨 선수는 올해 251명으로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피겨 관련 용품 판매 업체도 덩달아 신이 났다. 피겨용품 업체 아이스월드는 작년보다 매출이 두 배 늘었다. 선수용 수입 피겨 스케이트화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특히 피겨용 의류 판매량은 4배 정도 증가했다. 피겨 스케이팅 의류를 주로 판매하는 피겨몰 측은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이 20% 늘었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아이스링크를 새로 개장하는 등 '피겨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광화문광장 스케이트장이다. 2004년부터 서울광장에 열었던 스케이트장을 광화문 광장으로 이전해 내년 2월25일까지 운영한다. 영등포구도 지난 18일 대림유수지 내 1800㎡ 규모의 야외 스케이트장을 개장했다. '북서울꿈의숲'(서울 번동)에도 지난 5일부터 스케이장과 얼음썰매장이 문을 열었다. 오산시는 시청광장에 1900㎡ 규모의 스케이트장을 개장,내년 2월20일까지 운영한다. 빙상의 불모지인 제주도도 최근 국제표준규격을 갖춘 아이스링크를 530억여원 들여 2011월 1월까지 완공키로 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