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44년, 온두라스 28년 만의 본선 진출에 감격
슬로바키아는 1993년 분리 독립 후 처음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지역예선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32개 본선 참가국들의 윤곽도 드러났다.

현재 남아공 월드컵 본선 참가가 확정된 나라는 개최국 남아공을 포함해 총 23개국이다.

한국, 북한, 호주, 일본(이상 아시아), 네덜란드, 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덴마크, 세르비아,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스위스(이상 유럽), 브라질, 파라과이, 칠레, 아르헨티나(이상 남미), 멕시코, 미국, 온두라스(이상 북중미-카리브해), 가나, 코트디부아르(이상 아프리카) 등이 대륙 예선을 통해 지구촌 최대 축구잔치에 초대받았다.

11월14일(이하 현지시간)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아프리카에서는 본선 티켓 5장 중 3장의 주인이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나머지는 유럽(4개국), 바레인-뉴질랜드(아시아-오세아니아), 우루과이-코스타리카(남미-북중미)의 플레이오프를 통해 확정된다.

최다 우승국(5회) 브라질은 1930년 우루과이 대회를 시작으로 내년 남아공 대회까지 총 19차례 월드컵 본선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출전한다.

독일(15회 연속.총 17회)과 이탈리아(13회 연속.총 17회), 아르헨티나(10회 연속.총 15회), 스페인(9회 연속.총 13회)도 월드컵 `단골손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도 아시아에서는 최초이자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7회 연속(총 8회) 월드컵 본선 그라운드를 밟는다.

이들 나라 축구팬은 이제 월드컵 본선 진출이 당연시 여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상 처음으로, 또는 수십 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에 열광하는 나라도 많다.

먼저 슬로바키아는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분리된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기쁨을 누렸다.

슬로베니아, 체코 등을 제치고 유럽 예선 3조 1위로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직행했다.

지난 15일 원정경기로 열린 폴란드와 마지막 경기(1-0 승)를 현장에서 지켜본 로베르토 피코 슬로바키아 총리는 "나는 정치 때문에 심장마비에 걸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하지만 바로 오늘 심장마비에 걸릴까 봐 두려웠다"며 가슴 졸였던 월드컵 본선 진출의 순간을 전하기도 했다.

앞서 2위 슬로베니아와 홈 경기에서 0-2로 져 2점 차로 쫓겼던 슬로바키아는 폴란드와 경기에서 전반 3분 상대 수비수의 자책골로 잡은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 어렵게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2006년 독일 대회에서는 가나와 코트디부아르, 토고, 앙골라를 비롯해 트리니다드 토바고, 우크라이나, 체코, 세르비아-몬테네그로(옛 유고) 등 월드컵 본선 첫 출전국이 적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그 수가 많이 줄었다.

현재 슬로바키아의 뒤를 이을 후보로는 뉴질랜드와 아시아-오세아니아 대륙 간 플레이오프를 벌이는 바레인을 꼽을 수 있다.

지난 10일 마나마에서 열린 1차전 홈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바레인은 다음 달 14일 원정 2차전에서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반대로 뉴질랜드가 이기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싸워 본 1982년 스페인 대회 이후 28년 만에 다시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른다.

10전 전승으로 1위를 차지한 스페인에 이어 유럽 예선 5조 2위로 플레이오프에 나서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도 1992년 유고 연방에서 분리 독립한 이후 처음으로 본선 진출을 노린다.

본선 진출이 처음은 아니지만 하도 오랜만이라 그 감격은 첫 출전국 못지않은 나라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북한이다.

처음 본선에 나선 1966년 잉글랜드 대회에서 8강까지 올랐던 북한은 무려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다시 선다.

북한은 최근 프랑스에서 전지훈련을 겸해 평가전을 치르는 등 근 반세기 만에 나설 월드컵 본선 준비에 한창이다.

온두라스도 28년 만에 통산 두 번째로 월드컵 본선 그라운드에서 싸운다.

온두라스의 본선 진출은 드라마 같았다.

15일 열린 북중미-카리브해지역 최종예선 10차전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온두라스는 4승1무4패(승점.13)로 3위 코스타리카(5승4패.승점 15)에 뒤져 자력으로는 1∼3위에 주어지는 본선 직행 자격을 얻지 못하는 처지였다.

하지만 온두라스가 엘살바도르 원정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하는 사이 코스타리카가 미국과 원정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내줘 2-2로 비기는 바람에 두 팀의 승점은 같아졌고, 결국 골득실차에서 앞선 온두라스가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