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탱크'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대한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신뢰는 변함이 없었다.

9일(한국시간) 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우승팀 맨유와 FA컵 챔피언 첼시 간 커뮤니티실드 대결이 펼쳐진 영국 런던의 웸블리스타디움.

2009-2010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을 1주일 앞둔 최고의 빅매치라는 점에서 퍼거슨 감독의 `베스트 11' 선택에 관심이 쏠렸다.

`특급 윙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고 공격수 카를로스 테베스가 맨체스터 시티로 둥지를 옮긴 이후 주전팀 윤곽을 가늠할 수 있는 무대였기 때문이다.

맨유는 공격수 마이클 오언, 측면 자원인 안토니오 발렌시아, 가브리엘 오베르탕을 영입해 이들의 낙점 여부도 관심거리였다.

`거미손' 골키퍼 에드윈 판데르사르가 왼쪽 손가락 부상 탓에 시즌 초반 8주 결장이 불가피하고 네마냐 비디치가 종아리 타박상으로 일찌감치 출전자 명단에서 빠졌다.

퍼거슨 감독은 이날 판데르사르를 대신해 벤 포스터에게 골키퍼 장갑을 맡겼고 중앙수비수 비디치가 빠진 포백 수비라인은 파트리스 에브라-조니 에반스-리오 퍼디낸드-존 오셰 조합을 선택했다.

최대 관심사인 미드필더진에는 좌우 날개에 루이스 나니와 박지성을 배치했다.

대신 베테랑 라이언 긱스와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줬던 발렌시아는 교체 멤버에 이름을 올렸다.

중앙 미드필더로는 마이클 캐릭과 대런 플래처가 호흡을 맞췄다.

오언이 `조커' 투입을 위해 벤치를 지킨 가운데 웨인 루니와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투톱으로 공격 쌍두마차로 나섰다.

지난달 31일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아우디컵 결승, 발렌시아(스페인)와 친선경기에 잇따라 결장했던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의 특명에 따라 호날두의 단골 자리였던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격해 중앙까지 넘나드는 사실상 `프리롤' 임무를 수행했다.

왼쪽 날개를 맡은 나니는 박지성의 폭넓은 공간 활용 덕에 마음껏 측면을 돌파할 기회가 많아졌다.

지난 시즌 13경기(선발 7경기)에서 1골 2도움에 그쳤던 나니는 전반 10분 전진패스를 받은 뒤 수비수를 따돌리고 페널티지역 왼쪽 외곽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반대편 골문을 꿰뚫었다.

기분 좋은 선제골이었다.

박지성도 루니와 유기적인 플레이로 연결고리를 하면서 공격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해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반 16분 루니가 크로스를 헤딩으로 떨어뜨려 주자 박지성은 문전으로 달려들려 왼발 발리슈팅을 날렸다.

첼시 골키퍼 페테르 체흐의 선방에 걸린 게 아쉬웠다.

박지성은 1분 후 오른쪽으로 깊게 침투한 베르바토프에게 절묘한 스루패스를 찔러줬고 27분에는 직접 왼발슛을 날리기도 했다.

박지성은 후반 22분 나니가 빠지고 발렌시아가 교체 투입되자 왼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니보다 경쟁 우위를 확인한 셈이다.

박지성은 75분을 뛰고 나서 후반 30분 긱스로 교체돼 그라운드를 내려왔다.

맨유는 두 골을 내준 뒤 루니의 극적인 동점골로 승부차기까지 몰고 갔지만 끝내 1-4로 져 커뮤니티실드 3연패에 실패했지만 박지성의 활약은 퇴색되지 않았다.

지난해 9월22일 첼시와 정규리그 원정경기 때 전반 18분 천금 같은 선제골을 터뜨려 1-1 무승부에 앞장섰던 박지성은 정규리그 25경기(선발 21경기)에서 2골 2도움으로 팀의 3년 연속 우승에 앞장섰다.

호날두가 빠진 올 시즌에는 박지성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

발렌시아, 조란 토시치 등과 경쟁이 진행형이지만 이날 첼시와 경기에서 활약을 바탕으로 전력 공백을 메우며 퍼거슨 감독의 믿음을 확인한다면 붙박이 자리를 예약할 수 있어서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이면서도 오는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파라과이와 평가전 소집 명단에서 제외될 정도로 시즌 준비에 전념하라는 특별한 배려를 받았던 박지성.
2005년 7월 맨유 합류 후 처음 커뮤니티실드 무대를 처음 밟은 박지성이 다시 한번 맨유의 주축으로 2009-2010시즌을 알차게 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