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샷은 부모한테서 물려받은 재산이고 아이언샷과 퍼트는 노력의 산물'이라는 골프 격언처럼,신체 조건은 골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예외는 있는 법이다. 옥외광고 업체인 이루애드컴 이정만 사장(44)은 키가 160㎝를 조금 넘지만 핸디캡은 '4' 정도다.

이 사장은 대학 때부터 당구(400점) 볼링(애버리지 180점) 탁구 등 못하는 구기 종목이 없었다. 그런 그였지만 골프 입문 때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1999년 대기업 계열 광고 회사에 다닐 때 광고주의 건의로 골프를 시작했습니다. 스포츠에는 자신이 있어서 무작정 달려들었다가 큰코 다쳤지요. "

금세 '싱글 핸디캐퍼'가 될 줄 알았지만 갈수록 '보기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 요원해보였다. 1999년 떼제베CC에서 머리를 올린 뒤 2년 동안 100타를 못깼다. 다가갈수록 더 멀리 도망가는 골프에 더욱 오기가 생겼다. 2001년 회사 앞 골프연습장에 등록하고 아침 일찍 출근해 두 시간가량 레슨프로의 도움을 받아 연습에 매진했다. 그해 11월 드디어 스코어가 90대 초반으로 뚝 떨어졌다. 술 마신 다음날도 빼놓지 않고 연습장에 가고,밤 늦은 시간엔 아파트 어린이놀이터에서 벙커샷 탈출 연습을 한 결과였다. 마침내 2003년 4월 은화삼CC에서 5오버파 77타로 첫 '싱글' 스코어를 기록했다.

이 사장이 고수 반열에 오른 비결은 뭘까. 그는 우선 거리를 늘리기 위해 체중을 7㎏가량 불렸다. 그 결과 드라이버샷 거리를 20야드 정도 더 보내게 됐다고 한다. 자신의 신체 조건에 맞는 스윙을 구사하다 보니 체중 이동도 독특하다. 백스윙 · 다운스윙 때 몸을 좌우로 움직이는 '스웨이'가 보통 골퍼보다 심하다. 백스윙 때 몸무게의 80%가량이 오른쪽으로 쏠린다. 어깨도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돌린다. 이 같은 체중이동이 그만의 장타(?) 비결이다. 그는 "어깨 턴과 몸통 스윙이 폼은 멋있지만 왜소한 체격의 골퍼에게는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며 "심한 체중이동 때문에 미스샷 가능성도 있지만 연습량으로 만회한다"고 말했다.

그의 주무기는 퍼트다. 마음속으로 4분의 4박자 리듬을 타면서 몸통 스트로크를 한다. 오른 팔꿈치가 가슴에 닿을 정도로 움직이면 스트로크의 일관성이 생기고 손목이 아닌 몸통으로 스트로크를 하게 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이 사장과 라운드에 나서는 동반자와 캐디는 너나없이 놀란다. 모든 클럽을 그 자신이 직접 꺼내서 치고,친 다음에는 다시 골프백에 넣기 때문이다. 퍼트 라인도 스스로 보며,볼닦기와 마크도 직접한다. "골프는 매너 게임입니다. 남에게 피해 안 주고 라운드에 몰두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코어도 좋아집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