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 이상국 사무총장 내정자가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하자 자진 사퇴했다.

KBO는 5일 "이상국 사무총장 내정자가 유영구 총재에게 사퇴 의사를 밝혀 수용하기로 했다.

KBO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후임 사무총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유영구 총재가 직접 추천했던 이상국 사무총장 내정자가 사퇴한 것은 KBO 임원 승인권을 갖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반대했기 때문이다.

KBO는 4월30일 이상국 씨를 후임 사무총장으로 내정한 뒤 문화부에 승인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이런 저런 이유로 세 차례나 반려하다 지난 주 김대기 차관이 직접 유영구 총재를 만나 사무총장 승인 거부 를 최종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부 김성호 체육국장은 승인 거부 배경으로 "이상국씨는 전 총장 재임시절 문제가 있어 윗선에서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호 국장은 또 "이번 사무총장은 반대했지만 차기부터는 KBO 사무총장을 자율적으로 뽑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정부의 거부 방침은 전 정권 인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이상국씨에 대한 반대였던 것으로 풀이돼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전남 나주 출신으로 체육계의 `마당발'로 소문난 이상국씨는 구 민주당 정치인들과 폭넓은 관계를 유지했다.

또한 정부는 국고 보조금을 일절 받지 않는 프로 스포츠 단체에도 `관치 행정'을 일삼아 지나친 간섭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화부는 지난 해 12월 8개구단 이사회에서 자율적으로 선출했던 유영구 총재도 승인을 거부하다 2개월이 지난 뒤에야 받아들이는 등 KBO 수뇌부 구성에 노골적으로 관여했다.

총재 인선 과정에서 겨우내 홍역을 겪었던 프로야구는 이번 사무총장 승인 거부로 또 한번 심각한 행적 공백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KBO는 그동안 돔구장 건립과 중계권 계약, 선수노조 설립 추진 등 많은 현안이 쌓였지만 사무총장이 없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