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FC서울이 승부차기 끝에 데이비드 베컴이 버틴 LA갤럭시를 눌렀다.

세뇰 귀네슈 감독이 이끄는 FC서울은 1일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모토로라컵 LA갤럭시 코리아투어에서 미국프로축구(MLS) LA갤럭시를 맞아 전반에만 한 골씩 주고받는 공방 끝에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2-1로 이겼다.

베컴은 소문난 '명품 프리킥'으로 앨런 고든의 선제골을 도와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FC서울은 부상을 털고 돌아온 정조국이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뽑았다.

승부차기에선 FC서울 골키퍼 김호준이 네 번 연속 킥을 막아내는 신들린 선방으로 경기 MVP가 됐다.

귀네슈 감독은 정조국과 신입 용병 데얀을 투톱에 놓고 이을용에게 왼쪽을 맡겨 킥을 전담하도록 했다.

반대쪽엔 이청용이 틈새를 노렸다.

루드 굴리트 갤럭시 감독은 과테말라의 '작은 물고기' 카를로스 루이스를 전방에 놓고 오른쪽 미드필더 베컴을 주 공격루트로 활용한 전형을 짰다.

시작하자마자 귀네슈호 '푸른 용' 이청용이 펄펄 날아다녔다.

전반 2분 데얀의 패스를 받은 이청용이 한 박자 빠른 슈팅으로 포문을 열었다.

골대 옆을 스치듯 지나갔다.

9분엔 단독 찬스를 잡은 정조국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수비수에 걸려 넘어졌지만 주심이 휘슬을 불지 않았다.

10분이 지나자 베컴의 컴퓨터 크로스가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13분 루이스를 겨냥한 로빙 패스는 FC서울 수비진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단번에 무너뜨렸다.

루이스의 마무리 슛이 골대 위로 넘어갔지만 패스 정확도는 거의 100%였다.

코너킥과 크로스를 두 번 더 올려 감각을 조율한 베컴은 전반 21분 고든의 선제골을 배달했다.

아크 뒤 골문과 30m 거리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자 베컴은 FC서울 수비수들이 미처 자리를 잡기 전에 기습적으로 볼을 띄웠다.

베컴의 발에 밑둥을 맞은 공은 빠르진 않았지만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수비수 키를 넘어갔다.

골키퍼 김호준 앞에선 궤적이 뚝 떨어지면서 문전에 침투한 고든의 가슴에 걸렸다.

고든은 한 번 트래핑을 한 다음 오른발 하프 발리슛으로 네트를 갈랐다.

깔끔한 연결에 골키퍼로선 도저히 손을 쓸 수 없었다.

갤럭시에 베컴이 있다면 귀네슈호엔 '투르크 전사' 이을용이 있었다.

전반 30분 아디가 열어준 왼쪽 측면 공간을 파고든 이을용은 땅볼 크로스를 올렸고 순간 갤럭시 수비수가 정조국의 발을 걷어차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패트리어트' 정조국은 특유의 캐넌 슛으로 그물을 찢어놓을 듯 골문을 꿰뚫었다.

전반 35분 다시 반격에 나선 베컴이 명품 크로스를 올렸다.

루이스의 헤딩슛이 골키퍼 품에 안겼지만 제대로 된 그림이었다.

후반엔 이상협, 고명진 등 신예와 김은중을 투입한 FC서울에 더 기회가 많았다.

후반 10분 이을용의 낮은 크로스에 문전 혼전이 빚어지자 김치곤이 골문 바로 앞에서 엉겹결에 발을 갖다댔는데 공이 뜨고 말았다.

22분 이상협의 터닝슛과 33분 김은중의 파워 넘친 슈팅도 날카로웠다.

베컴은 후반 3분 페널티지역 왼쪽 외곽에서 파울을 얻자 직접 프리킥으로 골문을 겨냥했다.

탄도가 약간 낮아 수비벽에 스치고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후반 24분 골키퍼와 수비진 사이 공간을 노린 오른발 크로스도 위협적이었다.

친선경기지만 꼭 승부를 가려야 한다는 주최 측의 결정에 따라 연장없이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베컴은 1번 키커로 나서 낮고 빠른 오른발 킥으로 네트를 갈랐다.

승리의 주역은 골키퍼 김호준이었다.

김호준은 베컴에게 첫 킥을 내준 뒤 갤럭시 2, 3, 4, 5번 키커의 슛을 연달아 선방해 승부차기 2-1 승리를 선사했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