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고 전훈 결산..21명 실전 테스트

아드보카트호가 1차 베이스캠프인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전지훈련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4일 밤(이하 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가나와 최종 평가전을 치르고 글래스고로 돌아온 축구 국가대표팀은 현지시간으로 5일 오후와 6일 오전에 잡혀있는 두 차례 훈련을 마치면 독일 쾰른으로 입성한다.

지난 달 28일부터 열흘 간 계속된 담금질에서 아드보카트호는 모두 10차례 훈련을 소화하는 셈이다.

도착 후 이틀 간은 오전, 오후 두 차례 강도높은 훈련을 했고 이후에는 평가전 당일을 빼고 매일 한 차례씩 빠짐없이 그라운드를 달궜다.

훈련 기간 노르웨이, 가나와 두 차례 평가전에서 1무1패의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경기 내용 면에서 기대 이하이긴 했지만 나름대로 강팀을 상대로 적응력을 길렀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23인의 태극전사 가운데 골키퍼 김용대(성남)와 국내 평가전에서 충분히 시험해본 오른쪽 윙백 조원희(수원)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21명을 최소한 한 번씩 평가전에 투입해 실전 능력을 시험했다.

◇스리톱(3-top) 실험 가속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글래스고에 도착하자마자 스리톱 공격수들에 대한 실험을 시작했다.

국내에서 평가전을 치를 때와 달리 왼쪽에 섰던 설기현(울버햄프턴)을 오른쪽으로 돌리고 왼쪽에 박주영(FC서울)을 세워 자체 연습경기를 치렀다.

중앙에는 안정환(뒤스부르크)이 항상 주전조에 나왔다.

지난 2일 노르웨이와 원정 평가전에서는 감기 기운이 있던 박주영 대신 정경호(광주)를 왼쪽 윙포워드로 내보내 풀타임을 소화하도록 했다.

가나전에서는 박주영-안정환-이천수(울산)로 다시 새로운 선발 스리톱 조합을 선보였다.

전방 공격진에 연결되는 패스가 미끄럽지 못하고 공격 패턴 자체가 단조롭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여러 조합을 묶어봄으로써 실험 효과는 충분히 거둔 것으로 보인다.

◇전술 변환 능력도 시험
아드보카트 감독은 노르웨이전 후반 수비형 미드필더 김상식(성남)을 중앙 수비수로 끌어내리고 송종국(수원) 대신 김동진(FC서울)을 투입한 다음 이영표(토튼햄)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려 포백(4-back)에서 스리백으로 갑작스러운 전술 변환을 시도했다.

노르웨이가 투톱으로 나오자 스리백을 전격 가동한 임기응변이었고 비록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시종 무기력했던 경기 후반부에 다소나마 활력을 찾는 성과를 올렸다.

전형의 기본라인을 구축하는 수비 포메이션의 변화는 지난 1월 해외 전지훈련 기간에 펼쳐졌던 핀란드와 평가전 이후 처음이었다.

또 자체 연습경기에서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윙포워드로 돌리는 '지성 시프트'도 테스트했다.

◇강팀 적응력은 미완성
아드보카트 감독은 마지막 두 차례 평가전에서 노르웨이, 가나 등 강팀을 상대로 실전을 치른데 대해 "적절한 타이밍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노르웨이는 스위스, 가나는 토고를 가상한 '맞춤형 적수'였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태극호가 적응력을 끌어올렸다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적응보다는 불안감을 야기한 문제점이 더 많이 노출된 두 번의 평가전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우리 팀의 현실을 깨달았다.

예리함이 더 살아나야 한다'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말처럼 대표팀은 문제점을 인식함으로써 개선의 가능성도 남겨뒀다.

글래스고 전지훈련을 통해 상승세를 타지는 못했지만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값비싼 경험을 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또 대표팀은 유럽 현지의 기후와 잔디에도 어느 정도 적응했다.

글래스고에서 초반 훈련을 할 때만 해도 미끄러운 잔디 때문에 크고 작은 부상자가 속출했다.

수비수 김진규(이와타)는 "지반에 습기가 많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초여름이지만 의외로 쌀쌀한 날씨 때문에 감기 환자도 나왔다.

하지만 열흘 가까이 훈련과 평가전을 계속하면서 이제 어느 정도 낯선 기후와 그라운드에 적응해가는 분위기다.

(글래스고<스코틀랜드>=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