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그 컵인 칼링컵을 들어올렸다.


맨유는 26일 자정(이하 한국시간) 영국 웨일스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칼링컵 결승전에서 웨인 루니가 두 골을 터뜨리고 루이 사하,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가 한 골씩을 보태 위건 어슬레틱을 4-0으로 격파하고 우승했다.


맨유는 1991-1992 시즌 노팅엄 포레스트를 1-0으로 물리치고 우승한 데 이어 14년 만에 칼링컵을 차지하며 2년 연속 '무관' 위기에서 일단 벗어났다.


박지성은 이번 경기에서 선발 출장해 왼쪽과 오른쪽 측면에서 풀타임 활약하며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칼링컵 메달을 목에 걸고 우승대에 올라 컵을 들어올리는 영예를 누렸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주포 루드 반 니스텔루이 대신 '칼링컵의 사나이' 루이 사하와 루니를 투톱으로 내세우고 박지성과 호나우두를 좌우 측면에 배치했다.


경기는 맨유의 화려한 공격진이 고질적인 수비 불안을 무릅쓰고 위건의 돌풍을 잠재운 한판이었다.


전반 7분 게리 네빌의 오른쪽 크로스를 받은 루니의 헤딩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오는 등 출발은 불길했다.


게다가 위건의 역습이 간간이 맨유 수비진을 뚫고 위력적인 슈팅으로 이어지자 불안은 더해졌다.


이때 박지성의 플레이가 빛났다.


전반 12분 왼쪽에서 중앙으로 공을 몰고 가다 사하를 보고 수비 뒷공간으로 찔러준 패스는 슛으로 연결되지는 못했지만 위력적이었다.


곧 이어 박지성이 호나우두의 패스를 받아 골문 오른쪽에서 때린 슈팅이 수비수 손을 맞고 나갔지만 아쉽게도 페널티킥이 선언되지는 않았다.


전반 초반 박지성의 맹활약과 골키퍼 에드윈 반데사르의 선방이 빛난 가운데 전반 33분 사하의 헤딩 백패스를 받은 루니가 수비수 2명을 제치고 오른발 슈팅으로 위건 골문을 열었다.


후반 10분에는 사하가, 4분 뒤에는 호나우두가, 후반 16분에는 다시 루니가 위건의 골문을 유린했다.


맨유 공격이 주로 호나우두와 네빌이 활약한 오른쪽에서 전개되면서 박지성은 경기 흐름에서 외면당하는 듯 했다.


하지만 후반 28분 호나우두가 키어런 리처드슨과 교체돼 나간 뒤 오른쪽 측면에서 활약하면서 다시 활약이 빛났다.


특히 후반 32분 루니의 오른쪽 크로스를 받아 골문 앞으로 달려 들어가며 발을 갖다 댄 장면은 볼이 골문 왼쪽으로 아쉽게 빗나가긴 했지만 골과 거의 다름없는 장면이었다.


한편 10년 전만 해도 4부리그에서 머물던 위건은 올 시즌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해 한 때 리그 2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칼링컵 첫 우승을 차지하려고 애썼지만 골운이 따르지 않아 분루를 삼켰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