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일색이라 할 정도로 미국 동북부와 중서부 출신 백인 전유물이었던 미국 동계 올림픽 대표팀의 색깔이 10일 개막하는 이번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선 인종.민족적으로 사상 최고의 다양성을 보이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9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대표팀 211명 가운데 최소 23명이 히스패닉이거나 아시아 등 비(非) 백인계이며, 출생지도 미국내로는 동계 스포츠와 거리가 먼 플로리다, 조지아, 텍사스 출신과 미 국외적으로 한국, 일본, 러시아 출신이 섞여 있다. 미올림픽위원회의 공식 자료는 아니지만, 이번 대표팀내 흑인, 아시아인, 히스패닉의 숫자는 2002년 12명에 비해 2배이며, 1998년 나가노와 1994년 릴리하머 동계올림픽 때에 비해선 4배에 이른다. 특히 쇼트 트랙팀은 한국 부산에서 태어난 김효정과 일본계 아폴로 안톤 오노, 미국 인디언 피가 섞인 앨리슨 베이버, 멕시코 출신 마리아 가르시아로 구성돼 있고 한국을 비롯해 3개국 출신 코치가 맡고 있어 그대로 미국을 보여주고 있다고 베이버는 말했다. 동계 올림픽 대표팀의 이러한 다양성 덕분에 중계권을 가진 NBC도 득을 보고 있다. 젊은층 시청자를 겨냥, 케이블 TV를 통해서도 경기를 중계할 예정인 NBC는 대표팀의 인종적 다양성 덕분에 비 백인 미국민들도 대표팀에 더 큰 동질감을 갖게 됨으로써 동계 올림픽 경기 시청층이 다양한 인종으로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미국 동계 올림픽팀의 이러한 '진화'에는 눈과 얼음이 없는 지역에서도 롤러 스케이팅과 인라인 스케이팅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인 선수들이 스피드 스케이팅이나 아이스 하키 등 동계 올림픽 종목으로 전환하는 현상과 최근 일부 흑인과 히스패닉 선수들의 동계 올림픽 성공 사례를 감안한 적극적인 발굴 노력 등이 작용했다. 한편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7일자에서 미국의 10-20대 신세대는 부모 세대와 달리 친구를 사귀고 연애를 하는 등에서 피부색을 가리지 않는 '색맹' 세대라고 보도했다. "같은 관심사와 같은 생각을 가지면 됐지 인종은 문제삼지 않는다"는 것. 이른바 'X 세대' 이후 1980년대 초부터 태어난 최신 세대를 일컫는 '밀레니엄(새천년) 세대'는 미국에서 가장 다양성을 가진 세대로 알려졌으며, 이 가운데 가장 선배층인 14-24세 청소년의 숫자는 4천63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서로 다른 인종끼리 친구를 사귀고, 다른 인종과 데이트도 꺼리지 않는다. 지난해 나온 메릴랜드대 한 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이 나이층은 그 이전 세대보다 (차이에 대해) 관대하고 개방적이다. 10대와 20대는 부모나 조부모 세대와 달리 "다양성" "다문화" 등의 말속에서 성장했으며, 대학에선 문화다양성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수강했고, 영화와 TV, 광고 등에서도 인종간 우의와 연애를 그리는 등이 이 세대의 '색맹'을 키웠다. 그러나 이것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인종차별 종식 꿈이 실현된 것으로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인종을 의식하지 않는 것은 좋지만, 현실적으로 아직 존재하는 인종간 차별과 불평등 문제에도 눈감는 새로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는 것. 또 인종차별없이 사귀지만, 자기가 사귀는 친구는 예외적인 존재로 생각하고 다른 인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조사도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