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준비과정이다. 지켜봐 달라." 세계 최강의 실력을 자랑해온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지난 9일 막을 내린 2005-2006 세계빙상연맹(ISU) 쇼트트랙월드컵 제2차 대회에서 거둔 성적을 놓고 빙상팬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자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통해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내면서 팀종합 성적에서 중국(944점)에 이어 2위(932점)를 차지했다. 또 변천사는 3,000m 슈퍼파이널과 1,000m, 3,000m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를 거머쥐면서 개인종합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외형적인 성적만 보면 여전히 2006토리노동계올림픽 메달권에 드는 나쁘지만은 않은 성과다. 하지만 내실을 들여다 보면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이 노출되고 말았다. 한국은 변천사가 3,0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4종목의 우승을 모두 중국에 내주고 말았다.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각 종목별로 '겹치기 출전'보다는 주력선수 위주로 선별해 내보내면서 3종목(500m, 1,000m, 1,500m) 모두 참가해야만 출전자격이 주어지는 3,000m에 선수를 내지 못했다. 자칫 중국이 전종목을 석권할 수도 있었던 셈. 더욱이 신흥 쇼트트랙 강국으로 떠오른 캐나다의 추격세도 한국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반면 한국은 이번 쇼트트랙월드컵 제2차 대회를 준비하면서 '우려반 기대반'으로 나섰던 게 사실이다. 우선 여자 대표선수 5명 모두 부상으로 정상적인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표팀의 에이스 최은경(21.한국체대)은 허리부상으로 지난 쇼트트랙월드컵 제1차 대회때 출전을 못한 뒤 이번 대회에는 3,000m 계주에만 출전했다. '10대 기수' 진선유(17.광문고)는 양쪽 발목, 강윤미(17.과천고)는 왼쪽 발목, 전다혜(22.한국체대)는 왼쪽 무릎이 좋지 않다. 말그대로 '부상병동'. 그나마 오른쪽 발목이 좋지 않은 변천사가 악조건을 뜷고 종합 1위에 오른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박세우 여자대표팀 감독은 "선수들 대부분이 부상에서 회복중인 데다 정상적인 훈련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얼마되지 않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어 "체력적으로 보완되지 않았고 어린 선수들이 많아 경기 운영능력에서도 떨어졌다"고 부진의 원인을 설명했다. 부상회복이 우선이어서 체력훈련을 병행하지 못해 매경기마다 막판 스퍼트에서 선두를 제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는 것. 박 감독은 "지난해 구타파문 이후 잦은 감독 교체 등으로 훈련시간이 절대 부족했던 것도 원인"이라며 "체력문제만 보강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