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하다가는 역적으로 몰릴 판입니다." 딕 아드보카트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의 데뷔무대가 될 이란과의 평가전(10월12일)을 앞두고 대표선수 조기소집의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놓고 K리그 구단들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한 프로구단의 관계자는 28일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축구의 위기에 대해 프로구단 모두 공감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축구협회가 선수 조기차출 문제 등 민감한 사항에 대해 프로구단과 사전에 조율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냐"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축구협회가 언론에 조기 차출 의향을 일찍 내비치고 나중에 프로구단들과 협의하게 되면 이견을 내놓을 수 없는 건 당연하다"며 "자칫 대표팀 소집 거부의사라도 밝히게 되면 역적으로 몰릴 수 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하소연했다. 다른 구단의 한 관계자도 "최근 FA컵 일정을 짜기 위한 회의자리에서도 대표팀 소집을 일찍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처럼 느꼈다"고 덧붙였다. 축구협회 대표팀 소집규정에 따르면 국내에서 열리는 단일 친선전의 경우 3일전에 소집할 수 있다. 하지만 K리그 일정이 10월 5일 주중경기 이후 10일간 비어있는 상태여서 축구협회는 당초 10월 9일 소집 예정일을 2-3일 앞당겨 6일 또는 7일부터 소집훈련을 치르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축구협회 대외협력국은 이번 이란전을 위한 해외파 차출공문에 대표팀 소집일을 6일로 적어 보냈을뿐 아니라 안정환의 소속팀인 FC메스의 홈페이지에도 "안정환이 한국 대표선수로 차출됐다. 대표팀 소집일은 10월 6일이다"라는 내용이 떠있어 사실상 10월 6일로 소집일정이 확정됐음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 대표팀 조기소집 문제를 놓고 프로구단들과 축구협회는 잦은 의견충둘을 맞았지만 결국 축구협회의 '판정승'으로 끝났던 게 사실. 하지만 지난시즌부터 프로축구에 플레이오프제와 챔피언결정전이 부활된 이후 프로구단들의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더욱 커지면서 대표팀 소집문제는 예전처럼 쉽게 수긍해줄 수 없는 문제가 됐다. 한 프로구단 관계자는 "한 시즌이 전후기리그로 나뉘어 각각 12경기밖에 안치르는 상황에서 자칫 2-3연패만 당해도 우승을 노리기 힘든 상황"이라며 "감독들 역시 주전급 선수들의 대표팀 소집여부와 기간에 신경이 곤두설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리그 경기가 없더라도 팀훈련이 계속될 뿐 아니라 K리그 경기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는 데 대표팀 소집이 장기화되면 팀으로선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이란전 대표팀 소집일자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게 없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입국한 뒤 논의할 문제"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