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미국PGA투어 월트 디즈니월드·올즈모빌클래식 4라운드 때의 일이다.


당시 우승을 다투던 테일러 스미스(사진)와 함께 플레이하던 레니 클레멘츠는 스미스의 퍼터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퍼터 그립이 2중으로 돼 있는데 위그립과 아래그립 모양이 달랐던 것.


투어 내에서 골프규칙에 해박하기로 정평난 클레멘츠는 경기위원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경기위원은 당시 일본 도쿄에 머무르고 있던 미국골프협회 규칙위원인 프랭크 토머스에게 확인까지 한 뒤 스미스에게 '실격'을 통보했다.


스미스는 72번째홀까지 공동선두를 기록하며 타이거 우즈와 함께 연장전 돌입을 눈 앞에 뒀으나 분루를 삼켜야 했다.


그해 프로로 전향한 우즈는 그 덕분(?)에 연장전 없이 통산 2승째를 기록한다.


퍼터 그립은 우드나 아이언과는 달리 단면이 원형(圓形)이 아니어도 상관 없다.


시중에 나와 있는 퍼터 그립 가운데는 그 단면이 사각형처럼 생긴 것도 있다.


또 퍼터 그립은 다른 클럽과는 달리 두 개로 분리돼 있어도 괜찮다.


다만 이 경우 두 그립의 단면이 모두 원형이어야 한다.


독특한 그립으로 특정 선수가 득을 보면 공정성을 해치기 때문에 마련된 조항이다.


스미스의 퍼터 그립은 위쪽이 원형이 아닌,사각형이었기 때문에 규칙위반이 된다.


(부속규칙Ⅱ 3항)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