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을 피해가면 김재현이 있다.' 프로야구 SK의 주축타자 김재현(30)과 이호준(29)이 강력한 화력을 뽐내며 소속팀의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다. 이호준은 29일 광주 기아전에서 0-6으로 뒤지다 3점포로 추격의 발판을 놓았고 김재현은 9회초 결승 솔로포로 짜릿한 7-6 뒤집기를 연출하며 SK에 3연승을 안겼다. 올해 자유계약(FA)으로 SK에 이적한 김재현은 최근 부진했지만 올 시즌 14호째인 이날 홈런포로 그동안의 무거운 마음을 떨쳐버렸다. 김재현은 타율 0.346으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지난주 삼성과의 3연전에서 9타수 2안타에 타점을 올리지 못하며 하강 곡선을 그렸고 홈런 또한 22일 두산전 이후 맛보지 못해 조범현 SK감독의 애를 태웠다. 하지만 김재현은 29일 기아전에서 "방망이를 짧게 잡고 안타만 생각하겠다"며 정확히 방망이로 받아친게 담장을 그대로 넘겨 타격감이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내비쳤다. 왼쪽 팔목에 공을 맞아 타격시 어려움을 겪었던 이호준 또한 김재현이 지친 기색을 보이자 최근 2경기에서 6타수 4안타 3홈런으로 맹타를 휘둘러 `클린업 트리오'의 위용을 지켰다. 더구나 5번타자 김재현은 4번타자 이호준과 각별한 사이다. 신일고 출신인 김재현과 광주일고 출신인 이호준은 함께 연세대에 진학하기로 했다가 포기한 경험이 있는데다 전국대회에서 자주 마주치며 고교 시절부터 잘 알던 사이였다. 특히 지난 94년 김재현이 해태 타이거즈를 상대로 20-20 클럽을 달성할 때 20호 홈런을 맞은 투수가 이호준이었고 이 경기를 끝으로 이호준은 타자로 전향을 결심해 나름대로 인연이 깊다. 김재현은 부담이 되는 4번타자 자리보다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3번이나 5번타자를 선호하고 승부를 즐기는 이호준은 4번타자를 원해 서로의 궁합 또한 절묘해 SK 타선은 빈틈이 없다. 김재현은 "그동안 컨디션이 나빴는데 이번 홈런을 계기로 내 페이스를 찾았으면 좋겠다. 이호준이 앞에서 잘해주니 나 또한 훨씬 홀가분하게 경기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