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신세였던 두산의 14년차 내야수 황윤성(31)이 필요할 때마다 귀중한 한방을 때려내며 성공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주전 1루수 장원진(36)이 지명타자로 나서거나 부상.부진으로 빠질 때 선발 출장 기회를 얻곤 하던 황윤성이 김경문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는 영양가 만점 활약을 펼치고 있어서다. 지난 92년 태평양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한 황윤성은 장원진과 주전 2루수 안경현(35)과 입단 동기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던 둘과 달리 그 동안 조연 설움을 겪어왔다. 현대 소속이던 2002년까지 한 시즌에서 30경기 이상을 출장해 본 적이 없고 2003년 기아로 옮겨 생애 가장 많은 64경기에 나섰지만 2홈런 등 타율 0.179(95타수 17안타), 12타점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급기야 그해 시즌 후에는 심재학이 기아로 옮기면서 투수 박진철과 함께 울며 겨자멱기식으로 2대 1 트레이드돼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황윤성은 프로 입단 후 14년 만에 처음 참가했던 지난 겨울 일본 쓰쿠미 해외 전지훈련 때 올해가 야구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누구보다 훈련에 많은 구슬땀을 쏟았고 노력의 흔적은 정규시즌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1군에 처음 등록한 지난 달 7일 현대전에선 올 시즌 첫 타석에서 2-0 승리를 이끄는 결승 1타점 3루타를 날렸다. 또 지난 8일 삼성전 4타수 1안타 이후 9일 삼성전까지 5경기에서 8타수 무안타의 방망이 침묵에 마음고생을 하던 황윤성은 또 한번 팀이 어려울 때 진가를 발휘했다. 지난 15일 롯데에 1-10 대패를 당한 두산은 16일 잠실 롯데전을 앞두고 장원진과 외야수 최경환, 포수 홍성흔 등 주전 3명이 부상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빠져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롯데 선발투수도 손민한(10승)과 원투 펀치를 이룬 이용훈(5승)이었지만 장원진 대신 1루수로 나선 황윤성은 팽팽한 0-0 균형이 이어지던 4회말 무사 1루에서 우측 펜스를 넘어가는 선제 2점홈런을 터뜨렸다. 이 홈런은 8-1 승리를 이끈 결승타가 됐다. 황윤성은 이날 홈런과 함께 2안타로 시즌 3호 홈런과 18안타를 기록, 전반기에 이미 자신의 한 시즌 최다기록(2홈런, 17안타)을 모두 갈아치워 의미가 남달랐다. 황윤성은 "5경기 연속 안타를 못 때리다 홈런 한방으로 부진을 털어낸 것 같아 기분좋다. 아직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게 아니기 때문에 타격과 수비력을 더 보완, 팀에 꼭 필요한 선수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