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할 나위없이 기쁘다.시련이 있었기 때문에 기쁨이 곱절이다" 30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코닝클래식을 제패, 생애 첫 우승을 일궈낸 강지민(25.CJ)은 다음 대회 장소인 뉴저지로 이동하는 자동차 안에서 휴대전화를 받자 아직도 감격이 가시지 않은 듯 목소리의 톤이 유난히 높았다. 촉망받는 주니어 유망주 시절을 거쳤지만 프로 전향 이후 2년 동안 2부투어에서 뛰었고 전경기 출전권을 받은 첫해인 올해 성적도 신통치 않았던 강지민은 "그동안 마음 고생을 훌훌 털었다"며 마냥 즐거워했다. 강지민은 같은 CJ 소속인 박세리(28)에게 자신의 우승이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격려의 말을 잊지 않았다. 다음은 강지민과의 일문일답. --우승 소감은. ▲더할 나위없이 기쁘다.묵묵히 지켜봐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그동안 후원해준 CJ에 보답할 수 있어서 기쁘다. --홀인원을 했는데. ▲LPGA 투어에서는 첫 홀인원이다.첫 홀인원이 첫 우승의 계기가 됐다. --지금까지 홀인원은 몇번이나 했나. ▲이번이 다섯번째다.첫 홀인원은 96년인가 97년인가 기억이 잘 안나지만 미국에 건너와서 연습할 때 했다. 그리고 나서 2001년에는 3번씩이나 했는데 정작 프로 선수가 된 다음에는 한번도 못했다.그런데 첫 홀인원을 했는데 우승까지 했다. --14번홀 보기를 하면서 우승권에서 멀어지는가 했는데. ▲사실 14번홀 보기는 말도 안되는 것이었다.2m도 안되는 버디 기회에서 3퍼트를 했으니...하지만 파퍼트가 빗나가면서 내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강지민 괜찮아...아직도 4개홀이나 남았잖아'. 보기한 기분을 털어냈기 때문에 다음 홀에서 홀인원도 나온 것 아닐까. --홀인원하고 너무 심하게 뛰어 티박스가 무너지는 줄 알았다.그렇게 좋았나. ▲너무 호들갑을 떨어 보기에는 좋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때 내 기분은 뛰지 않을 수 없었다.함께 경기를 한 이미나의 티샷이 좀 짧게 떨어지길래 조금 길게 쳐야겠다고 생각했고 9번 아이언을 잡고 친 것이 들어갔다.처음엔 믿어지지 않았다. --경기 도중 순위표를 봤나. ▲17번홀에서 리더보드를 보니까 이미나와 내가 공동선두더라. 갤러리들이 많이 와서 응원해주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우승할 것 같았다. --그동안 마음고생을 했다는데. ▲2002년 2부투어에서 처음 우승했을 때는 내 세상같았다.그런데 다음 대회에서 선두를 달리다가 4위로 떨어졌다. 퀄리파잉스쿨에서는 1타차로 전경기 출전권을 놓쳤는데 마지막날 78타를 치는 부진 끝에 나온 결과였다. 그때 미국 골프 잡지에 '유망주 강지민이 탈락했다'고 대서특필됐다. 이듬해 먼데이퀄리파잉을 전전했는데 몸과 마음이 너무 피곤했다. 절망감도 들었다. --그렇다면 작년 2부투어로 돌아간 것은 잘한 선택이었나. ▲결과적으로 그렇다.상금왕도 했고 결국 우승까지 하지 않았나. --올해도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프랭클린아메리칸모기지대회 때 너무 허리가 아파서 기권하고 병원에 가봤더니 허리뼈가 뒤틀려 있더라. 치료를 받고 나서 샷이 좋아졌다.그걸 모르고 계속 대회를 뛰었던 것이다. --소렌스탐과 같은 조에서 쳤으면 어땠을 것 같았나. ▲소렌스탐과 챔피언조에서 쳤으면 주눅이 들어 잘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꼭 함께 치고 싶었다. 오늘은 내 경기에 전념하느라 소렌스탐 성적은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앞으로 목표는. ▲올해 한두번 더 우승했으면 좋겠다. --한국 선수 우승 물꼬를 텄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매주 한국 선수들이 번갈아 우승했으면 너무 신나겠다. --박세리의 부진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세리 언니는 누가 뭐라 해도 한국이 낳은 최고의 골프 스타다.한국 선수가 이렇게 많이 미국 무대를 누비는 것도 다 언니 덕이다. 곧 일어설 것이다. 늘 서로 격려해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