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에 빠졌던 '메이저 무관의 제왕' 필 미켈슨(미국)이 19개월만에 우승컵을 치켜들며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다. 미켈슨은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웨스트골프장 파머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봅호프크라이슬러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5라운드합계 30언더파 330타로 스킵 켄달(미국)과 동타를 이룬뒤 연장 첫 홀에서 버디를 낚아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미켈슨은 이로써 2002년 7월 캐넌그레이터하트포드오픈 이후 무려 19개월간 계속됐던 우승 갈증을 깨끗하게 풀며 81만달러의 상금을 손에 넣었다. 또 2002년 데이비드 버거니오 주니어(미국)를 상대로 펼쳤던 연장 우승 드라마를 2년 만에 재연하며 투어 통산 우승 횟수도 22승으로 늘렸다. 그러나 지난해 드라이브샷 정확도 순위가 189위로 밀릴 만큼 샷이 흔들렸던 미켈슨이 이 대회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지난 동계훈련을 통해 정상궤도에 올려 놓은 스윙을 검증받았다는 점. 미켈슨은 "오랫동안 치열한 경쟁을 해보지 못한 탓에 신경이 곤두섰다"며 "동계휴식기 훈련 성과를 이렇게 빨리 보게 될 줄 몰랐다. 용기를 얻었고 다음 주에 또 우승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날 9언더파를 몰아친 커크 트리플릿(미국)과 공동선두로 최종일 경기에 들어간 미켈슨은 전반 7번홀까지 무려 5개의 버디를 쏟아내며 우승컵을 향해 순항했다. 더욱이 트리플릿이 전날의 상승세를 잇지 못한데다 역전 우승을 노렸던 케니 페리, 제이 하스(이상 미국) 등도 좀체 타수를 줄이지 못하면서 어렵지 않게 우승컵을 손에 넣는 듯 했다. 그러나 전반 마지막홀인 9번홀(파4)에서 첫 보기를 범한 미켈슨은 후반 들어 버디와 보기를 주고 받으며 제자리 걸음을 걸으며 흔들렸다. 미켈슨을 포함한 선두권이 주춤한 틈을 타 공동5위에서 출발한 켄달은 2번홀(파5)에서 이글을 뽑아낸 뒤 16번홀까지 보기없이 5개의 버디를 추가, 순식간에 선두에 나섰다. 17번홀(파3) 보기를 18번홀(파5) 버디로 만회한 켄달이 1타 앞선 채 경기를 마친 가운데 챔피언 조의 미켈슨은 마지막 홀에서 천금같은 버디를 낚아 승부를 연장으로 넘겼다. 18번홀(파5)에서 열린 첫 연장전. 드라이브샷을 페어웨이 중앙에 떨군 미켈슨은 두번째샷이 살짝 빗나가 그린 옆러프에 빠졌지만 정교한 칩샷으로 볼을 컵 90㎝에 붙였고 켄달의 4.5m짜리 버디퍼트가 컵을 지나친 뒤 1퍼트로 마무리, 91홀 `마라톤 레이스'에 종지부를 찍었다. 반면 켄달은 개인 통산 294번째 투어 대회에서 맞은 첫 우승 기회를 날렸다. 98년 우승자이자 지난해 준우승자인 하스가 331타로 3위, 전날 11위에서 출발한 조너선 케이(미국)가 4위에 올랐고 전날 공동선두로 뛰어올랐던 트리플릿은 최종일 2타를 잃으면서 공동9위로 추락했다. 한편 한국인 두번째 PGA 투어 멤버인 나상욱(20.미국명 케빈 나.코오롱 엘로드)은 최종일 경기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타를 줄이며 합계 17언더파 343타 공동47위에 올랐다. 4라운드 부진으로 상위권 도약은 이루지 못했지만 나상욱은 데뷔 후 2개 대회 연속 예선 통과와 기복이 거의 없는 플레이로 다시 한번 가능성을 입증했다. 나상욱은 오는 30일부터 열리는 FBR오픈에는 불참하지만 내달 6일 개막하는 AT&T 페블비치내셔널프로암대회에서 올들어 처음으로 최경주(34.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와 함께 동반 출전한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기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