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핵잠수함' 김병현(24.보스턴 레드삭스)의위력은 `빨간 양말'을 신고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김병현은 5일(한국시간) 미국 피츠버그의 PNC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인터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연속경기 1차전에 이적 후 처음으로 선발 등판, 7이닝을 5안타 1실점으로 잘 막으며 팀의 11-4 대승을 이끌었다. 삼진은 2개를 잡아내고 볼넷은 1개만 내준 김병현은 이로써 방어율을 3.89에서3.37로 대폭 낮추며 시즌 2승째(5패)를 거뒀다. 지난 4월20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유니폼을 입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상대로 시즌 첫 승을 거둔지 한달 보름여만의 승리. 더욱이 보스턴이 최근 5연패를 당하며 뉴욕 양키스에 지구 선두 자리를 넘겨줬던터라 연패를 끊은 김병현의 역투는 더욱 빛났다. 모두 83개의 공을 던져 55개를 스트라이크존에 꽂아넣을 정도로 공격적인 피칭이 돋보였고 완투도 충분했지만 어깨 보호 차원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당초 이날 등판 뒤 김병현을 마무리로 돌리려했던 그레이디 리틀 감독이 그의보직을 놓고 행복한 고민에 빠질 듯하다. 지난달 30일 트레이드돼 보스턴 유니폼을 입은 김병현은 지난 2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 구원투수로 시험등판, 1이닝동안 2실점하며 불안한 신고식을 했지만 새팀에 완전히 적응했는지 이날은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구위를 선보였다. 이적 첫 선발로 부담이 적지 않았음에도 김병현은 특유의 역동적인 투구동작으로 피츠버그 타선을 차분히 제압해 나갔다. 김병현은 1회부터 3회까지 모두 1사 뒤 단타를 허용했지만 후속타자들을 범타로돌려세웠고 4회는 삼자범퇴로 처리하는 등 별다른 위기없이 쾌투를 이어갔다. 이적생의 첫 선발 등판을 환영하는듯 메이저리그 팀 타율 1위의 보스턴 타선도초반부터 폭발해 김병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1회 1점을 먼저 얻은 보스턴은 3회 포수 제이슨 배리텍의 3점 홈런 등으로 대거4득점했고 5회에도 트롯 닉슨의 적시타로 1점을 추가했다. 김병현은 5회 선두타자 애브라함 누네즈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뒤 희생번트와내야땅볼로 2사 3루를 허용했고 잭 윌슨에게 중전 안타를 맞아 첫 실점했다. 하지만 애리조나의 물방망이와는 다른 막강 팀 타선을 등에 업은 김병현의 얼굴에서는 적시타를 맞으면서도 여유가 사라지지 않았고 공은 갈수록 위력을 더해가 6회와 7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보스턴은 7회 토드 워커의 홈런 등으로 다시 2점을 보탰고 김병현은 8회말 수비서 앨런 엠브리로 교체됐다. 엠브리가 8회말 3점 홈런을 허용해 8-4까지 쫓겼지만 보스턴은 공수교대 뒤 다시 홈런 2방으로 3점을 더 보태 추격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김병현은 2회 첫 타석에서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천천히 달리다 1루에서 겨우 세이프되는 흔치않은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