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동아마라톤은 `차세대 에이스'인 지영준(22.코오롱)의 진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지영준은 16일 벌어진 레이스에서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속에서도 자신의 최고기록을 1분 이상 앞당긴 2시간8분43초의 기록으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레이스가 끝난 뒤에도 별로 지친 기색이 없던 지영준은 "중반 이후 비때문에 근육이 굳어 힘들었다"면서 "비만 아니었다면 훨씬 좋은 기록도 낼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실제로 화창한 날씨였다면 적어도 2시간7분대 기록은 가능했고 이봉주(삼성전자)가 가지고 있는 한국최고기록(2시간7분20초) 경신도 가시권에 있었다는 것이 경기를지켜본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이다. 이번이 풀코스 3번째 도전인 지영준은 뛸 때마다 새 기록을 작성하며 빠르게 정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데뷔전이던 2001년 춘천마라톤에서 2시간15분37초로 우승해 주목을 받았고 지난해 11월 열린 중앙마라톤에서는 단숨에 2시간9분48초를 기록해 단숨에 2시간10분벽을 넘어섰다. 그리고 불과 넉달만에 국내 코스 역대 2위의 기록을 만들어내며 이봉주의 뒤를이을 든든한 재목임을 확인시켰다. 아직 어린 나이때문에 지난 10월 부산아시안게임까지는 주로 장거리에 훈련의초점을 맞춰오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처음으로 마라톤에만 집중한 지영준의 다음 목표는 오는 8월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사실상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획득한 지영준은 "한국 선수 처음으로 입상을하는 것이 목표"라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내달 6월부터 고지대 훈련을 떠날 예정이라는 정하준 감독은 "아직 마라톤 주법이 완성되지 않아 막판 스퍼트에서 뒤지지만 이것만 보완한다면 내년까지는 2시간6분대까지 기록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감독의 말대로라면 내년쯤에는 한국 기록을 바꾸고 세계 톱클라스 반열의 선수로 올라설 수 있을 전망. 지영준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을 바라보고 훈련하고 있다"라며 "지금해오던대로 열심히 연습하면 언젠가 세계기록도 깰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