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니 없던 힘도 솟는걸요. 뱃속에 있을때와는 느낌이 엄청 달라요" 지난 22일 득남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3.삼성전자)의 얼굴에서는 함박 웃음이 떠나지를 않았다. 경남 고성에서 충남 보령으로 훈련지를 옮기는 도중에 산고가 시작됐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서울로 달려왔던 이봉주는 "혹시나 전지훈련 출발 전까지 안나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놈이 그래도 때 맞춰 나와서 다행"이라며 무척 대견해했다. 4월13일 열리는 런던마라톤에 대비해 내달 3일부터 중국 쿤밍에서 3주간의 고지대 훈련이 예정돼 있는 이봉주는 조금만 출산이 늦었더라면 가슴에 큰 멍울이 남을뻔했다. 당초 2월 말 시작 예정이던 전지 훈련이 그의 출산 문제를 배려해 이미 한 차례미뤄졌는데 훈련 스케줄상 더 이상의 연기는 어려워 자칫 산고에 시달리는 아내를두고 무거운 마음으로 중국행 비행기를 탈 수도 있었던 것. 큰 짐을 던 이봉주는 아들의 사진을 품에 안고 24일 훈련지인 보령으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이봉주는 지난 연말에 캠프를 차렸던 제주도의 기상 상태가 좋지 않았던 관계로훈련 스케줄이 한달 가까이 지연됐지만 고성에서 착실히 체력 및 지구력 훈련을 소화해 지금은 몸이 거의 만들어진 상태. "대회 출전에 늦지 않게 컨디션이 올라와 다행"이라는 오인환 감독은 "이봉주의한국신기록 경신 여부는 중국에서의 고지대 훈련에 달려있다"고 내다봤다. 오 감독은 "헤모글로빈 수치를 높이기 위한 고지대 훈련에서는 아무래도 컨디션은 나빠지기 마련"이라면서 "이봉주가 얼마나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계획된 스피드훈련을 소화해 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봉주는 내달 22일 귀국해 국내에서 열흘정도 컨디션 회복 기간을 가진 뒤 4월초에 런던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이봉주는 "아기를 두고 훈련하러 가려니 발걸음이 안떨어진다"면서 "아들을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뛰어 꼭 런던마라톤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대회에 다녀오면 벌써 훌쩍 커 있겠죠. 근데 아빠를 못알아보면 어떡하죠"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