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이 빨리 갔으면 좋겠어요." 한때 한국축구의 간판 투톱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던 김도훈(전북 현대)과 이동국(포항 스틸러스)에게 악몽이 이어지고 있다. 올초 미주원정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탈락했던 김도훈은 소속팀 내에서도 입지가 흔들리면서 궁지에 몰렸고, 역시 히딩크호에 승선하지 못했던 이동국도 아시안게임을 통한 재기에 실패하면서 `잊혀진 스타'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안팎의 상황은 김도훈이 좀 더 심각하다. 개인적으로 득점왕 타이틀이 걸려있지만 번번이 라인업에서 제외돼 뛸 기회조차얻지 못하고 있다. 팀의 간판이라는 김도훈이 이에 발끈한 것은 당연한 일. "올해 평생 수모를 다 겪는 것 같다"는 김도훈은 조윤환 감독의 선수기용 방식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고, 이에 조 감독이 "전북의 간판은 최진철"이라며 "굳이 가겠다면 말리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진 상태다. 마침 올시즌을 끝으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김도훈은 조 감독의 태도에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면서 이적을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그러나 문제는 김도훈의 몸값. 국내 최고액인 연봉이 FA 협상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커 이적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라이언킹' 이동국도 김도훈 못지 않게 요즘 마음고생이 심하다. 올시즌 19경기에 출장해 6골, 2어시스트에 그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자 구단안팎에서 트레이드 및 상무 입대설을 흘리는 등 칼을 빼들 조짐이기 때문. 포항 최순호 감독은 "아직 결정된 게 없지만 여러가지 생각은 하고 있다"면서 "이동국이 몇 년간 침체기에 빠져 있고 힘은 쓰는데 기량이 예전같지 못하다"고 지적해 간접적이나마 방출 의사를 표명했다. 이동국 역시 이런 구단의 움직임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동국은 "스트라이커가 3경기에 1골 정도 넣었으면 잘 한 것"이라며 팀의 간판공격수로서 할 만큼 했다는 자세다. 그는 또 "나의 거취와 관련해 주위에서 언질을 받은 적이 없지만 군입대 등과 관해 구단이 방침을 정하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이 끝내 방출의 수순을 밟는다면 구단에 얽매인 이동국으로서는 FA 자격을 얻는 김도훈에 비해 더 혹독한 시련에 내몰릴 공산이 크다. 김도훈과 이동국 모두 오는 20일 브라질과의 A매치 출전을 계기로 `반등'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들을 에워싼 불운의 먹구름은 당분간 걷히기 힘들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