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이소!" 부산아시안게임의 마지막 다짐은 재회를 향한 외침이었다. 다시 만나자는 울림 아래서 남북과 36억 아시아인은 이미 남이 아니었고, 이런화합의 기운은 사직벌을 넘어 한반도를 달구는 듯 했다. 14일 폐막식의 주제는 분명 '하나됨'이었다. 통일축제의 문을 연 개막식 때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입장한 남북한 선수단은 이날 밤에도 하나가 돼 결코 떨어져 살 수 없는 한 핏줄임을 새삼 확인했다. 남색 재킷에 아이보리색 바지와 스커트로 한껏 멋을 낸 남북의 선남선녀들은 손에 손을 꼭 잡은 채 `통일의 길'을 행진하면서 "또 보자"는 속삭임도 잊지 않았다. '코리아(KOREA)'가 선명하게 새겨진 청사초롱 뒤에서 이들은 어느덧 깊어진 우정을 나누며 작별의 아쉬움을 달래는 표정이었다. 남북의 공동기수인 황보성일(남자핸드볼)과 리정희(여자축구)의 환한 모습도 보였다. 손을 맞잡고 한반도기를 힘차게 흔드는 이들 남남북녀의 몸짓은 이념의 벽을 넘은 통일의 염원을 나타내는 듯 했다. 필드를 가득 메운 다른 나라 선수단 역시 국적과 인종을 초월한 채 남북한 못지않은 멋진 하모니를 연출해냈다. 남북과 아시아를 한 데로 묶은 끈은 가까운 다른 곳에도 존재했다. 낮부터 사직을 찾은 6만여 부산시민은 아시안게임의 새로운 응원도구가 된 주걱을 부딪히며 선수들과 호흡을 함께 했고, 남녘의 가슴을 설레게 한 북한의 미녀응원단도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부산의 마지막 밤을 즐겼다. 그러나 이들도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를 기약없는 이별이 못내 아쉬운 듯 보였다. 한반도와 아시아를 밝혔던 한라와 백두의 성화가 서서히 꺼지며 생을 다하는 순간 일제히 탄성을 내지르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4년 뒤 카타르 도하에서 만납시다" 16일간 한민족과 아시아 화합의 무대가 됐던 부산아시아드는 항도의 밤하늘을오색 찬란하게 물들인 불꽃놀이 속에서 이렇게 재회를 기원하는 굳은 약속을 끝으로화려했던 축제의 막을 내렸다. (부산=연합뉴스)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