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D조 예선 한-미전이 열린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등 전국 '응원의 거리' 등에 배치된 경찰은 잔뜩 긴장한 채 경계.경비를 강화했으나, 시민들의 성숙한 '응원문화'로 인해 아무런 사건.사고없이 마무리되자 안도의 한숨을 지었다. 이팔호(李八浩) 경찰청장은 이날 집무실에서 전국에서 들어오는 경비 속보와 보고를 받으면서 "한점 흐트러짐없이 경계.경비에 만전을 다하라"고 지시하는 등 응원단과 시민들의 행동을 예의주시했다. 경찰은 이날 전국 80여곳에서 68만여명의 `응원인파'가 몰렸으며, 서울의 경우 광화문4거리와 시청앞 광장에 각각 15만명, 여의도 LG광장에 5만5천여명, 상암월드컵 평화의 공원 4만5천여명 등 46만1천여명이 운집한 것으로 추산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흥분한 관중과 응원단들의 `반미시위' 가능성과 극심한 혼잡으로 인한 안전사고 등을 우려, 대구 월드컵경기장과 전국 `응원의 거리' 등에 경찰력을 배치해 `인의 장막'을 쳤다. 경찰이 배치한 경찰력만 전국 80여곳에 128개 중대 1만7천여명. 대구 월드컵 경기장에 20개 중대, 응원의 거리 84개 중대, 미국 관련시설 7곳에 24개 중대를 각각 배치,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특히 세종로 미 대사관과 정동 미 대사관저 인근에 `폴리스 라인'과 블록을 지정하고 경찰버스와 전투경찰, 의경 등으로 물샐틈 없는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그러나 경찰은 `월드컵 축제' 분위기를 감안, 응원단을 자극하지 않는 '부드러운 경비'를 보이는 유연함을 보였다. 응원의 열기가 뜨거웠던 서울 세종로(광화문 4거리∼광화문)의 양쪽 인도 3개 차로, 태평로(광화문4거리∼시청)의 양쪽 2개 차로를 응원단에 양보, `응원의 물꼬'를 터준 것이다. 경기가 끝나고 응원단과 시민들이 1시간여만에 질서정연하게 귀가하고, 사건.사고 및 구조신고 등이 1건도 없이 마무리되자 경찰도 속속 철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폭우와 더불어 무승부라는 경기 결과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별 탈이 없었던 것 같다"면서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의 발로로 우려한 사태없이 평화롭게 응원전이 끝났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4일 한국-폴란드전에 이어 우리의 시민들의 성숙한 관전문화가 새삼 돋보였다"면서 "앞으로도 응원단과 시민들의 응원이 축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