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이렇게 잘 할 줄 몰랐다." '축구종가' 잉글랜드와 한국축구대표팀간 친선경기(A매치)가 열린 21일 제주월드컵경기장. 스탠드를 가득 메운 관중들은 시종일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이클 오언(23)을 비롯한 잉글랜드 스타플레이어들의 기막힌 플레이에 매료돼서가 아니라 한국축구의 놀라운 성장을 직접 목격하면서 넋을 잃었다. 사실 이날 잉글랜드를 맞아 한국이 이길 것으로 예상한 관중은 거의 없었다. 비길 것으로 내다 본 관중도 가물에 콩나듯 했다. 대부분의 관중은 한국의 패배는 당연한 데 몇 골 차이로 패하느냐를 목격하기위해서, 아울러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의 수준높은 경기를 언제 또 보겠느냐는 심정으로 경기장을 찾았다. 그러나 태극전사들의 이날 플레이는 축구공은 둥글며 섣부른 `예상'이 얼마나무모한 짓이었는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상철 KBS축구해설위원조차 "한국축구가 언제 이렇게 성장했느냐. 이렇게 잘할 줄 몰랐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 정도. 전반전에서 태극전사들은 잔뜩 위축된채 수비에서 많은 허점을 드러내며 여러차례 실점위기를 맞았지만 미드필드에서의 압박강도를 서서히 높여가고 특정선수에 대해서는 맨투맨 수비를 펼치는 등 스스로 대응책을 찾아 나가면서 실점을 최소화할수 있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도 잉글랜드의 막강한 공격을 우선 막아내야 한다는 판단아래선발 출전 미드필더들을 수비력이 좋은 선수들로 짰다. 후반 들어 히딩크 감독은 수비보다는 공격에 더 많은 비중을 두기 시작했고 선수들도 미드필드에서부터 아기자기하게 만들어가는 조직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물론 잉글랜드가 주축 선수중 일부를 교체시켰지만 이천수, 이영표 등 스피드를갖춘 선수들은 과감한 돌파로 잉글랜드 수비를 흔들었고 미드필드 중앙에서는 김남일, 유상철 등이 상대공격을 차단해 반격으로 연결했다. 결국 후반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공격의 고삐는 한국에 넘어왔고 지치지않는 체력을 앞세워 종료휘슬이 불 때까지 페이스를 유지했다. 지난해 프랑스, 체코 등 강팀들과 대결할 경우 미리부터 겁을 먹고 허무하게 무너졌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비싸게는 5만원, 싸게는 2만원을 들여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멋진 경기를 직접 봤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흥분을 숨기지 않았다. (서귀포=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