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도 가도 끝없는 초원.

하늘과 맞닿은 채 바람결에 고개짓하는 풀만이 반겨준다.

저 고개를 넘으면 뭐가 있을까 기대를 품어본다.

시야에 나타난 건 우두커니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

오로지 연한 초록이 뒤덮은 초지에 소나무는 그야말로 오아시스였다.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횡계2리에 위치한 삼양 대관령목장.

평균해발 1천m가 넘는 고원지대에 얼룩 젖소가 풀뜯는 때묻지 않은 풍경을
간직한 곳이다.

젖소 1천5백마리와 24명의 사람이 어울려 사는 하나의 마을이기도 하다.

모두 22km에 달하는 순환도로는 물론 횡계에서 목장입구까지의 진입로도
울퉁불퉁한 비포장길이다.

흙먼지를 한참 마셔야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그만한 노력이 아깝지 않은 얼마남지 않은 청정지역이기도 하다.

대관령목장의 넓이는 서울 여의도의 7배반인 6백만평.

동양최대의 초지다.

오대산 국립공원의 동쪽 경계를 이루는 소황병산(1천4백30m) 정상에서
대관령쪽을 향해 완만한 경사로 흘러내린 구릉지에 조성됐다.

산야를 개간하고 소의 "밥"이라 할 수 있는 "리드 카나리 그래스"를
재배하기 시작한 지 13년만인 지난 85년에서야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사진을 찍거나 경치를 감상하면서 승용차를 타고 순환도로를 돌면 대략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정문에서 10분 정도 가다 보면 1단지 축사에 다다른다.

목장개척의 시발점이 된 곳이다.

여기부터 경사가 조금씩 급해지면서 본격적인 고원지대가 시작된다.

해발 1천1백m의 집약초지(겨울철 사용할 목초를 재배하는 곳)인 중동초지에
올라서면 그제서야 드넓은 목장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바람도 세차다.

가슴이 뻥 뚫린 듯한 시원함과 자연과 하나되는 기분이다.

다음은 멀리 동해와 강릉 경포대, 소금강까지 굽어 볼 수 있는 전망대를
만난다.

겨울에 쓸 목초를 베는 트랙터가 정원 잔디를 깍듯 예쁘게 풀을 깍는 모습도
보게 된다.

2단지의 분만동에서는 거의 매일 송아지가 태어나기 때문에 아이들에겐
더없는 자연학습장이 될 수 있다.

정상인 소황병산은 국내에서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제일 높은 곳
(1천4백30m)이다.

봄에는 만발하는 들꽃, 여름엔 초록빛 물결, 가을의 메뚜기떼를 볼 수 있고
겨울엔 눈썰매타기로 활용되기도 한다.

"관광객 여러분은 경치 좋은 풀밭으로 보이지만 목장측에서 보면 매년
5억원씩 들여 가꾸는 상품입니다. 소에게는 밥상인 셈이죠. 풀밭을 짓밟거나
차로 풀밭을 가로지르는 일, 소변보는 일등을 삼가 주세요"

목장장인 배성룡 삼양축산 이사의 간곡한 부탁이다.

< 장규호 기자 seinit@ >

[ 가는 길/숙박 ]

<> 교통 =영동고속도로에서 횡계로 빠져 용평스키장의 반대방향으로
달리면 된다.

대관령목장을 알리는 이정표에서 비포장도로로 7.5km.

험한 비포장길이기 때문에 가능한한 지프차 같이 차체가 높은 차량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마철이나 눈내린 겨울철에는 더욱 위험하다.

10월25일부터 다음해 5월20일까지는 방목을 하지 않고 축사에서 소를 기르는
기간.

오전 8시에 소를 풀어놓고 오후 4시에 다시 축사로 들여놓는다.

오후 늦게 목장을 찾으면 소를 전혀 못보는 불운한 처지에 빠질 수 있다.


<> 숙박등 =목장에는 숙박시설이 없다.

식사도 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다.

횡계에는 깨끗한 숙박업소가 많다.

황태요리가 일품이다.

삼양축산 대관령목장 (0374)335-5044

[ 여행속의 여행 ]

<> 허브농원

대관령목장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허브나라농원"에서 1박하는 코스도
괜찮을 듯하다.

이효석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고향인 강원 평창군 봉평면 흥정리에
위치한 허브나라는 허브의 종합박물관이다.

1백30여종에 달하는 허브의 이름과 용도를 설명해 놓은 "허브가든", 요리에
쓰이는 허브와 채소를 재배하는 "키친가든", 허브로 만든 세제 차 포푸리
공예품 등을 모아 놓은 "기념품숍", 정결한 느낌의 숙박시설인 "자작나무집",
빨강 감자 등 색다른 곡물을 키우는 "햇볕농장"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서 있다.

허브나라는 이호순씨와 아내 이두이씨가 지난 93년 서울생활을 홀연히
정리하고 내려와 가꾼 공간이다.

처음엔 허브를 재배하는 데만 신경썼지만 하나 둘 관람객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예쁘장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낭만적인 통나무집, 연꽃이 피어난 연못, 재미있는 모양의 허수아비 등이
동화의 나라에 온 듯한 느낌을 갖게 했다.

이두이씨가 식물을 소재로 하는 그린 인테리어의 권위자였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기념품숍에서 판매하는 각종 허브제품의 70% 가량도 농원 가족들이 직접
만든 것이다.

농원 구석 구석의 집기와 시설물도 직접 제작해 쓰고 있다.

농원 앞으로는 맑은 흥정계곡물이 흐른다.

인근엔 이효석 문화유적지, 신사임당이 율곡을 임신했다는 판관대, 한방식초
로 유명한 오대산 토종마을, 오대산 국립공원 등 볼거리도 많다.

오는 7월말에는 허브요리 축제도 열릴 예정.

가족단위로 조용하게 휴식을 취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자작나무집에는 8~18평 규모의 방이 6개(1박에 6만~12만원) 있다.

성수기엔 2만원 더 받는다.

입장료는 없다.

그러나 7~8월에는 흥정계곡 환경보호를 위한 청소비로 2천원을 내야 한다.

영동고속도로 면온인터체인지에서 피닉스파크로 들어와 흥정계곡쪽으로
8.7km 들어가면 된다.

< 장규호 기자 seini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