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류바둑은 역시 철옹성이다.

한국과 일본 기사들이 중국의 높은 벽을 뛰어넘으려 했지만 아직은
한수아래로 판가름났다.

11일 한국경제신문사 9층의 특별대국실에서 개막된 제4회 보해컵
세계여자바둑선수권대회 1회전에서 한국은 현미진 초단만이 유일하게 8강에
올랐을뿐 나머지 5명의 기사는 중국과 일본의 덫에 걸려 중도탈락했다.

중국은 펑윈등 4명전원이 1차관문을 통과했고 일본 2명, 그리고 미국1명이
8강에 올랐다.

한국의 현미진 초단은 일본 본인방 4연패를 기록중이며 일본측이
히든카드로 내세운 요시다미카 8단에게 완벽한 바둑을 펼친 끝에 불계승,
한국의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지난 3기대회때는 한국기사 전원이 1회전에서 탈락했었다.

이날 기대를 모았던 한국의 신예 조혜연 9단은 세계최강 루이나이웨이
9단에게 불계패했고, 홍꽃노을초단 역시 일본의 아오키기쿠요7단의 관록앞에
무릎을 꿇었다.

2회대회 준우승자로 좋은 승부가 예상됐던 여류국수 이영신초단은
대국중반까지 선전하며 한때 8강진출이 예상됐으나 일본의 신예 고바야시
2단에게 역전불계패 했다.

이번대회에 최정예를 파견한 일본도 4명의 기사중 2명만이 8강에 오르며
50%승률의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일본은 8강전에서 일본기사끼리 맞붙게돼 1명의 4강진출자는 확보한
셈이다.

13일 한국경제신문사 특별대국실에서 열리는 8강전에서는

루이나이웨이 9단 - 장쉔 8단,
현미진 초단 - 화쉬밍 7단,
고바야시이즈미 2단 - 아오키기쿠요 7단,
쉬잉 3단 - 펑윈9단이 대결하게 된다.

<>.루이나이웨이 9단(34)과 조혜연 9단(12)의 대결은 최연장자대
최연소자의 대결.

무려 22살의 차이가 나 마치 모녀대결을 보는듯한 인상을 준것.

이같은 점을 의식해서인지 루이나이웨이는 대국종료후 조혜연과 복기를
하면서 패착등을 친절하게 한수지도.

루이나이웨이는 "조 초단의 바둑은 힘이 있다며 보다 열심히 공부한다면
훌륭한 기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격려하기도.

<>.이날 오전10시 대국이 시작됐는데도 한국의 현미진 초단이 자리에 없어
한때 대국장이 어수선.

지하철을 잘못타는 바람에 대국시작 20여분뒤에 나타난 현초단은 공제시간
40분을 제하고도 가장 먼저 요시다미타 8단을 물리쳐 모두를 놀라게 했는데
그뒤 곧바로 귀가해 대국관계자들은 한때 어리둥절.

<>.이날 중국 및 일본선수들은 대국30분전에 함께 대회장에 도착했지만
대국준비에 임하는 자세는 서로 대조적이어서 눈길.

펑윈 장쉔 등 중국기사들은 미국대표 루이나이웨이 9단과 함께 최신
대국기보 복기를 하면서 수담을 나누는 등 시종 여유있는 표정.

그러나 고바야시 2단 나카자와 4단 등 일본기사들은 대국장으로 들어가
바둑판 앞에서 묵상을 하는등 전의를 다지는 모습.

그러나 대국결과는 중국의 여유가 일본의 전의에 판정승.

< 김형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