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과 다윗.

박세리 (19.삼성물산)와 김미현 (19.프로메이트)은 체격이 워낙 대비되다
보니 이런 식으로 곧잘 비유된다.

본인들은 라이벌이 누구냐는 질문에 약속한듯 "바로 자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말 자체가 이미 상대방을 의식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둘은 누가 봐도 라이벌이다.

과거가 그랬고, 미래는 더 숙명적이다.

박세리는 김미현과 동갑이지만 생일이 8개월 늦어 김을 "언니"라고
부른다.

둘은 초등학교 6학년에 골프에 입문했다.

진전은 체력이 뒷받침된 박세리쪽이 빨랐다.

박은 중2때 처음 공식대회에 나갔고 중3때는 상비군, 고1때는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김은 박세리보다 1년 늦은 고1때 상비군에 합류했다.

국가대표는 고3때 돼 박세리와 1년정도 한솥밥을 먹었다.

주니어시절부터 우승다툼을 벌여온 사이였지만 이 기간 둘은 서로를
더욱 잘 파악하게 된다.

둘은 아마추어시절 이미 오픈대회를 몇차례 석권하며 "프로잡는 아마"로
떠오른다.

아마추어 성적은 각각 6승(박), 2승(김).

두 선수의 진로는 자연스런 관심거리였다.

먼저 김이 용인대 진학을 결정했다.

대학에서도 오픈대회 1승을 거둔 김은 1학년을 마친뒤 프로의 길을
선택했다.

한해 늦은 박은 금성여고졸업후 바로 프로행을 택했다.

그래서 둘은 똑같이 지난 4월 프로테스트에 응시했고, 6월부터 프로
자격으로 오픈대회에 출전했다.

탄탄대로였던 박세리는 그러나 프로에 입문한뒤 번번이 우승문턱에서
좌절해야만 했다.

초반 4번이나 2위에 그친것.

반면 김은 미도파여자오픈에서 보란듯이 "데뷔 최단기간" 우승을 낚아채
박보다 한걸음 앞서나갔다.

그러나 박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박은 동일레나운클래식을 시작으로 3개대회에서 연속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박은 특히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3위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초반 기선을 잡았던 김도 2승을 추가, "데뷔연도 3승"이란 전과를
올렸다.

김은 특히 맹장염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한국여자오픈 우승을 달성해
"작은 고추"의 맛을 보여주었다.

프로데뷔해 성적은 박의 우세로 판가름났지만 둘은 모두 시즌상금액
사상 최고치 (박~2억4,269만원, 김~1억5,419만원)를 돌파했다.

물론 랭킹 1,2위다.

두 선수는 계약사 선택과 해외진출 시기에서도 대조를 보였다.

박이 일찌감치 삼성물산을 후원사로 잡은 것과는 달리 김은 시즌을
마친 11월에야 국제상사와 손을 잡았다.

물론 두 선수 모두 억대 계약금에 남녀골프사상 최고의 대우이다.

박과 김은 12월 미국으로 가 전지훈련을 한다.

박은 그러나 훈련후 아예 미국에 눌러앉아 미투어 진출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미 97미투어 5개대회 초청장을 받은 상태이며, 98 시즌 테스트를
준비하면서 경험을 쌓을 예정.

김은 샌디에이고에서 쇼트게임을 보완한뒤 내년에는 국내대회에
전념한다.

"외국무대에서 뛴다는 것은 한국을 대표하는 의미이기 때문에 기량
프로 근성 등을 완벽히 갖춘뒤 진출하겠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파워샷이 대단하다" (박세리)

"손목을 많이 쓰는데도 하체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안정된 스윙이
가능하다" (김미현)

상대방에 대한 의미있는 평가에서도 라이벌 냄새를 지울수 없다.

< 김경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