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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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경기 김포의 한 반려동물 장례식장. 대구에 사는 이모씨는 깔끔하게 조성된 실내 화장장과 염습실, 15㎡ 규모의 추모실을 보고 15년간 키운 반려견을 떠나보낼 적당한 장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용이 문제였다. 장례지도사가 제시한 화장 등 장례 비용은 150만원. 여기에 사진 등을 넣어둘 수 있는 납골함을 이용하려면 월 20만원을 더 내야 했다. 이씨는 “대구에 반려견 장례식장이 없어 수도권으로 왔지만 사람 장례 비용보다 더 돈을 내는 것 같아 망설여진다”고 푸념했다.

비싼 요금에도 마땅한 대안 없어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서 “바가지요금을 냈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반려인이 늘고 있다. 기피 시설로 분류돼 전국적으로 장례식장이 많지 않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 됐다는 지적이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의 동물장묘업체는 63곳이다. 국내 강아지, 고양이 등 동물을 키우는 반려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례식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사람의 화장 비용 40만~50만원의 두세 배를 불러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법적으로 동물의 사체는 폐기물이다. 동물병원에서 의료 폐기물로 처리하거나 생활 쓰레기봉투에 넣어 배출한다. 합법 장례시설에서 화장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허가 없이 땅에 묻는 건 금지돼 있다.

반려동물 장례비용…"사람보다 비싸네"
반려인들은 화장한 뒤 납골함에 두는 걸 선호하지만 비싼 비용이 부담이다. 5㎏ 정도의 강아지는 20만원 안팎을 내야 한다. 여기에 고급 수의, 유골함 등 각종 서비스가 추가되면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사람 화장에 40만~5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세 배 이상 비싸다.

장례식장이 수도권에 집중된 점도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장묘업체가 혐오시설로 인식돼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번번이 막히고 있다. 대구에선 반려동물 화장장이 6년간의 소송 끝에 이달 초 주민과 구청의 반대로 최종 무산됐다. 현행법상 반려동물 장례식장은 사람이 사는 곳 300m 이내에 지을 수 없다. 법망을 피해 적당한 장소를 찾더라도 주민들이 혐오 시설이라며 건립을 반대하면 관할 관청이 허가를 내주지 않는 곳이 많다.

불법 영업 ‘기승’

불법 장례업체도 급증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허가받지 않고 운영하거나 여러 마리의 동물을 한꺼번에 화장한 뒤 유골을 나눠주는 식으로 영업하고 있다. 추가 요금을 내지 않으면 유골을 돌려주지 않는 사례도 많다.

지난달 한국소비자원이 5년 이내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반려동물 장묘 서비스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동물 사체 처리 과정에서 피해를 본 비율은 23.3%(233명)에 달했다. 가장 큰 피해 유형으로는 ‘동물장묘업체의 과다 비용 청구’(40.3%·94건)가 꼽혔다.

후진적 관행을 바꾸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스타트업인 21그램은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 회사를 표방하고 있다. 반려동물 장례는 물론 건강검진과 미용, 교육, 호텔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장례 비용 역시 기본 25만원(화장, 기본 유골함 포함)으로 저렴한 편이다. 일각에선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대표는 “일본은 도심에서도 환경 문제없이 장묘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늘어나는 반려 인구를 감안해 적극적으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