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흙내음"…마스크서 해방된 아이들 운동장서 '함박웃음'(종합)

일선 학교 '노마스크' 운동회·체육수업…"어색하다" 반응도

"어색하지만 마스크 벗는 게 시원하고 좋아요.

"
실외마스크 착용이 전면 해제된 첫날인 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중앙대사범대학부속초등학교 운동장. 3학년 학생 120여 명이 참가하는 가을운동회 연습행사가 한창이었다.

오색빛깔 모자를 쓴 학생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아 보였다.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옆 친구와 마주 보며 담소를 나누고, 몇몇 아이는 흰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기도 했다.

아이들은 운동장 흙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장대 뺏기' 경기 규칙을 설명하는 선생님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경기 시작의 호각이 울리자 순식간에 '와' 함성을 지르며 자리를 박차고 달려 나갔다.

마스크를 벗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여느 때보다 더 크게 운동장을 울렸다.

장대 위에 매달린 소쿠리에 콩주머니를 넣는 경기가 시작되자 콩주머니 수십 개가 연신 공중을 날아다녔다.

주머니가 소쿠리를 칠 때마다 '파삭'하는 경쾌한 소리가 났다.

한 아이는 경기가 끝나자 "교장 선생님 머리를 맞혔다"고 까르르 웃어댔다.

23일부터 학년별 가을운동회를 진행 중인 이 학교는 마스크 착용 여부를 학생들 자율에 맡겼다.

이날 전체 3학년생의 절반가량은 마스크를 벗고 체육대회에 나섰다.

초등학교 3학년생은 이른바 '코로나 학년'이다.

입학 순간부터 줄곧 마스크를 썼다.

마스크를 벗는 게 어색할 만도 하다.

김모(9) 양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김 양은 "다른 친구들한테 얼굴이 보이는 게 부끄럽다"라면서 배시시 웃었다.

박모(9) 군 역시 "처음에는 마스크를 벗었다가 나중에 다시 썼다.

얼굴을 보이는 게 싫다"고 했다.

옆에 있던 박군의 친구는 "너는 햄스터를 닮았다"고 웃으며 놀렸다.

박군이 "그래도 마스크를 벗는 게 좋다.

시원하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친구들은 "우리 다 같이 마스크를 벗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다른 초등학교 운동장도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아이들은 대지에서 올라오는 흙내음을 한껏 들이키며 3년여 만에 마스크에서 해방된 느낌을 만끽했다.

동작구 대림초등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축구 시작에 앞서 "오늘부터 마스크를 벗을 수 있으니 가방에 넣고 와라"고 말하자 일순간 운동장은 아이들의 환호성이 이어졌다.

송파구 거여초등학교 3학년 조모(9)군은 체육 시간을 마치고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교실에서도 마스크를 벗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중학생들도 '마스크 없는 세상'을 반기기는 마찬가지다.

동대문구 대광중 3학년 권모(15) 군은 "중학교 들어와 마스크를 벗고 체육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마스크를 쓰고선 맡지 못했던 공기를 맡으니 너무 상쾌하다"고 말했다.

다만, 학부모들은 정부의 야외 마스크 착용 해제 방침에 조심스럽게 반응하고 있다.

강철민(57) 중대사대부속초 교장은 "학부모의 경우 마스크 착용에 대한 견해차가 있어 운동회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과 관련한 교육 당국의 구체적 지침이 없어 혼선을 빚는 학교도 있다.

서울 송파구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따로 공문이 내려온 것이 없어 일단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체육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